쪽방촌 아이가 의사로 성장 에티오피아의 미래가 되다
쪽방촌 아이가 의사로 성장 에티오피아의 미래가 되다
  • 김승회 기자
  • 승인 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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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장학사업 시작, 10년 만에 누적 수혜학생 292명
현재 214명에게 연간 1억 원 지급, 국내 대학 유학 후원
10년 간 78명 학업 마친 후 취업성공, 사회 리더로 성장

 

화천군이 에티오피아 6.25 전쟁 참전용사 후손 장학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흘렀다. 2009년 61명으로 시작한 장학금 수혜 학생은 10년 만에 292명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화천군은 정전 65주년인 올해도 변함없이 현지를 찾아 장학생을 선발했다.

■ 꿈은 이루어진다

화천군의 후원을 받아온 참전용사 후손 Biruk(브릭크·25)군과 Kalkidan (칼키던·24)군은 올해 에티오피아 명성의대 5년 과정을 마쳤다. 정식 의사가 된 이들은 연일 환자들을 돌보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Rahel(라헬·여·20·한국명 은희)양은 여성 인권 변호사의 꿈을 안고 메켈레 대학 법대에서 2년 째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Kibirt(크리비트·여·20·한국명 다빈)양은 올해 현지에서 열린 ‘퀴즈 코리아’ 예선에서 우승해 에티오피아 대표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화천군이 10년 간 지원한 장학생 292명 중 지금까지 78명이 학업을 마치고, 취업에 성공해 사회의 동량으로 커가고 있다.

■ 무적의 용사들, 극빈층으로 추락하다

에티오피아는 6.25 전쟁에 6,037명을 파병한 유일한 아프리카 국가였다. 화천은 황실근위대 소속 '각뉴(Kagnew)' 부대원들이 첫 교전을 벌인 곳이다. 253전 253승의 신화를 남겼지만, 1971~1991년 쿠데타로 집권한 멩키스투 공산독재 치하에서 자유진영을 위해 싸웠다는 이유로 핍박과 차별을 받으며 극빈층으로 전락했다.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던 참전용사들에게 2009년 화천군이 보은 차원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현지상황을 둘러본 화천군은 일회성 지원이 아닌, 장학 사업을 선택했다. 당시 주민생활지원실장이던 최문순 화천군수가 현지에서 장학생을 선발했고, 그해 12월11일, 처음으로 61명의 참전용사 후손 장학생이 탄생했다.

■ 커지는 사랑, 자라는 희망

화천군이 10년 간 선발한 장학생은 올해까지 모두 292명이다. 지금도 매월 214명이 장학금을 받고 있다. 명지대(1명), 한림대(1명)의 유학생들도 매월 지원을 받는다. 화천군은 올해 매월 초등학생 72명에게 500비르(3만원), 중·고생 95명에게 900비르(5만4,000원), 대학생 47명에게 1,100비르(6만6,000원)를 지급할 계획이다. 물가 상승을 감안해 중·고생과 대학생의 장학금을 200비르씩 인상했다.

후원금은 화천군과 지역 군부대, 사회단체 등이 함께 마련하고 있다. 특별히 2010년부터 7사단, 2013년부터 27사단과 15사단 부사관들이 매월 봉급에서 일정액을 후원하고 있다. 연간 1,500만 원에 이르는 세계평화의 종공원 타종료도 전액 장학금으로 쓰인다.

이렇게 연간 조성되는 장학금 규모는 약 1억 원에 달한다. 10년 간 화천군이 지급한 장학금은 자체 예산과 타종료 수입, 각계 후원금 등 모두 5억7,804만2,000원이다.

■ “항상 곁에 있어 주세요”

지난 9일 현지에서 올해 장학생 선발 후 귀국 준비 중인 최문순 군수에게 한 장의 손 편지(사진)가 배달됐다. 장학생인 마이클 군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마리엠 여사는 몇 줄의 짧은 글에 진심을 실었다. “올해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모든 일에 대해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해요. 제 아들을 위해 앞으로도 곁에 있어 주세요…“

화천군은 앞으로도 이들의 곁을 떠나지 않을 계획이다. 군은 새로운 참전용사 후손 장학생 발굴 뿐 아니라, 이들이 에티오피아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로 했다. 에티오피아에 미래를 선물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