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그들의 파티 - 거미줄에 걸린 꽃잎
13월. 그들의 파티 - 거미줄에 걸린 꽃잎
  • 박종현 기자
  • 승인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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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거미줄에 걸린 꽃잎’은 오늘 우리 춤의 주요명제의 하나인 ‘우리의 문화적 전통과 역사를 바탕으로 오늘 우리의 삶과 연관지을 수 있고, 우리만의 신체성을 드러내는 독창적인 신체언어는 무엇인가?라는 자기물음으로 부터 출발한다.

흔히 우리는 우리 문화의 정신적 토양을 ‘恨’의 정서로 규정지어 왔다.

그러나 한편 우리의 마당극이나 민속춤, 판소리등을 살펴 보면 한의 정서는 물론 풍자와 해학이 조화를 이루는 희,비극적 요소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작품 「거미줄에 걸린 꽃잎」은 판소리 ‘심청가’의 이야기를 빌어 ‘심청가’가 갖는 특유의 연상과 수사에 있어 황당할만큼 자유스러운 민중들의 사유와 낙관적인 해학정신의 희,비극성을 전통춤과 외국 무용 언어의 적절한 조화, 전통 마당극의 형식에서 볼 수 있는 열린무대 개념의 도입, 영상등의 현대적 기법 활용 등의 과감한 형식적 해체와 통합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고전문학 ‘심청전’은 민중들의 낙천적인 해학정신 자유스러운 사유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심청전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고 있으나 그 이야기의 심층구조는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눈이 어두운 심봉사는 언젠가는 저수지에 미끄러져 빠질 수밖에 없고 아버지의 눈을 뜨게하기 위해 사찰에 바치기로 약속한 공양미를 구하기 위해서 딸 심청은 극단적인 결단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기 삶의 버림과 포기는 심청이의 결단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나 그 결단을 재촉하게 만든 힘은 외부로부터 주어진다. 즉 심봉사와 심청이의 삶의 조건은 결국 그들의 삶의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봉사의 눈멈은 단순한 육체적인 장애로 작용하고 있기에 그것은 사회경제적인 삶의 막힘, 답답함으로 작용하고 있다. 심봉사는 눈멈으로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있으며, 그 소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희생양으로 심청이가 택해지는 것이다. 심청은 희생제의에 있어서 공양물인 셈이다.

또한 심청이의 물 속에 들어감과 환생이후의 삶의 변화는 성장과정의 여자에게 있어서 무의식적인 모험과 그 모험으로부터의 귀환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무용 「거미줄에 걸린 꽃잎」은 이처럼 원전‘심청전’에서 나타난 ‘관습, 孝사상, 운명등으로 프로그램화된 세계 속에서의 개인적 삶의 비극성’을 물신주의에 물든 오늘의 세태와 견주어 희, 비극적인 무용언어로서 풀어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