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신문조서 왜 문제인가?
피의자신문조서 왜 문제인가?
  • 삼척경찰서 미로파출소 경위 박왕교
  • 승인 2019-0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척경찰서 미로파출소 경위 박왕교

 

피의자 신문조서(이하 피신조서)는 수사기관(검사 또는 경찰)이 피의자에게 사건 내용을 묻고 그 답변을 기록한 종이이다.

수사기관이 작성했지만, 사실과 다르게 기록될 가능성 때문에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 게 원칙이며 증거란 범인이 남긴 지문, 범행도구, CCTV, 목격자의 증언 등이 해당한다. 그렇기에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피신조서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

범인이나 피해자, 목격자, 경찰 등이 재판정에 출석하여 선서한 후 진술한 것을 증거로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검사가 작성한 피신조서를 증거로 사용하고 있다. 경찰이 작성한 피신조서는 법정에서 피의자가 부인하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지만, 검사가 작성한 피신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에 의해 피의자가 부인하더라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즉 판사는 법정에서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더라도 검사가 작성한 피신조서에 기록된 자백을 근거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피신조서 제도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이미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경찰이 작성한 피신조서가 있음에도 검사가 다시 조사하는 이중조사의 원인이 되고 있고 증거보다 진술에 의존하고 자백 강요 또는 회유하는 수사 관행이 자리 잡아 인권을 침해할 우려도 크다.

지난 4월 29일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법정에서 피신조서의 내용을 부정하면 증거로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5~2014년 사이 검찰 조사 중 자살한 사람이 108명이나 된다는 보고도 있듯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검찰의 피신조서에 대한 특권적 지위로 인해 국민의 인권이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회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시행되면 경찰과 검찰은 진술에 의존하던 기존수사 관행에서 벗어나게 되며 경찰은 검찰과 상호 협력하면서 증거확보를 위한 수사기법 발전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