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학교교육과정을 파행으로 몰고 갈 정시확대 반대한다.
(논평) 학교교육과정을 파행으로 몰고 갈 정시확대 반대한다.
  • 강원도교육감 민병희
  • 승인 20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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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공정을 언급하며 대학 정시확대 발언을 했다. 바로 전날 교육부 장관이 대입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의 발언과는 배치되는 내용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국민들에게 정시 축소와 고교학점제 시행을 약속했다. 그러나 정시 축소는 공염불이 되고 오히려 30%로 확대하더니 급기야 더 늘이겠다는 언급을 했다.

대통령의 정시확대 관련 발언 이후 교육계와 시민사회단체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동안 강원도교육청은 입시교육기관으로 전락한 고등학교를 정상화 시키기 위해 고등학교 혁신 방안을 마련하여 정책을 추진해 왔다.

‘행복고등학교’정책을 마련하여 일반 고등학교의 수업과 평가를 바꾸고 혁신고등학교를 지정하여 잠자는 교실을 깨우는데 힘을 쏟아왔다. 교실이 깨어나고 아이들이 수업에 주인이 되기 시작했다. 2025년에 전면 도입될 고교학점제에 대비해 2016년부터 학생에게 선택권을 강화하는 정책도 꾸준히 펼쳐왔다. ‘교육불가능’이란 참담한 현실에 ‘교육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10월 25일, 정부는 교육개혁장관회의에서 교육분야 공정성 대책을 큰 틀거리에서 발표했다. 교육에서 공정성을 높이는 지름길은 공교육을 정상화 시키는 것이다. 초·중·고 학교교육과정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에 우선 순위는 대학서열을 없애고 특권교육을 없애는 것이다.

초·중·고 학교교육과정이 대학입시라는 블랙홀에 빠져드는 한 어떠한 공정한 입시제도도 나올 수 없다.

정부의 정시수능위주 비율을 높이려는 방향은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려는 교육 공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교육개혁을 후퇴시킬 뿐만아니라 지금까지 학교 현장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 온 이 땅의 모든 학교와 교사들에게 자괴감을 줄 뿐이다. 이에 강원도교육청은 정시 수능확대 방안에 반대의 뜻을 단호히 밝힌다.

11월 중에 발표하겠다는 ‘대입공정성강화 방안’에 고등학교 현장 교사와 학생들의 소리를 직접 담아내길 바란다. 또한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대입 혁신방안을 연구하고 정책을 실행해 온 담당자들의 진언을 수용하길 바란다. 대통령 한마디에 휘청대는 교육정책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현장의 교사들이, 교육관계자가 희망하는, 지속가능한 혁신교육 정책이 만들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