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죽서루 바위에 새긴 기녀 정매길(丁梅吉)의 시조작품 발견
삼척 죽서루 바위에 새긴 기녀 정매길(丁梅吉)의 시조작품 발견
  • 김지성 기자
  • 승인 2019-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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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6일 해동암각문연구회 홍순석 회장, 강양희 부회장, 김수문 연구이사 일행은 삼척시 죽서루에서 기녀 정매길의 시조 작품 암각문을 확인하여 본지에 제보했다. 2020년도에 '강원도암각문'을 간행하기에 앞서 재확인하기 위한 답사였다.

김수문 선생의 안내로 현장을 답사한 홍순석 회장은 삼척 죽서루 암각문을 확인하면서 기존조사에서 제외한 기녀 정매길의 시조작품을 판독하고, 기존 조사에서 중대한 실수였음을 제기했다.

 

정매길의 시조작품은 진주벽 암각문 근처에 3행 종서로 암각 되어 있다. 작품 좌측에 한자로 ‘丁梅吉’이라는 관지를 새겼다.

사랑이 퓌어려 ᄒᆞ리니 둥그러냐 모나니냐

기럿냐 자로더냐 바ᄅᆞ고냐 아차 일러라

하그리 진줄은 모르냐 맘간대 몰라라

丁梅吉

삼척 죽서루의 암각문에 대해선 이미 관동대박물관에서 본격적인 조사를 실시하여 보고서를 간행한 바 있으며, 그런데, 기존의 조사에는 한자로 암각된 자료만 채택하여 조사였을 뿐, 이번에 발표하는 한글 시조작품은 제외했다.

기존의 조사에서 이번에 확인된 기녀 정매길의 시조 암각문을 포함하지 않은 조사는 커다란 실수를 범한 셈이다. 삼척 죽서루에는 기존의 보고서에서도 정리한 바 있지만, 삼척도호부 소속 관기官妓로 추정되는 죽선竹仙·화선花仙·진향眞香·원홍元紅· 등이 발견된다. 삼척 죽서루에서는 빈객을 위한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고, 악공과 기녀, 광대 들이 참여했다. 사군석使君石, 금석琴石 등의 암각문은 이를 증빙하는 현장 자료이다.

기녀 정매길은 삼척도호부에 소속되었던 기녀 가운데 한 명일 것으로 추정된다. 부임한 어느 삼척부사를 사랑하게 되었고, 이임한 뒤 그를 그리워하는 정을 이 시조작품에 담아낸 것이다. 황진이·매창·옥봉과 같이 조선시대 기녀들의 시조 작품은 시조집을 통해 전하고 있으며 교과서에도 소개된다. 그러나 암각문으로 전하는 것은 정매길의 시조 작품이 최초 발견이라 할 수 있다. 삼척 죽서루의 암각문 가운데서 새로운 문학작품을 발견하여 학계에 소개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깊다. 삼척 죽서루의 콘텐츠 개발을 위한 중대한 자료로 평가된다.

해동암각문연구회 홍순석 교수는 송강 정철의 가사작품과 함께 정매길의 시조작품이 삼척 죽서루의 핵심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순석회장은 현재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성균관대에서 한국한문학전공을 했다.

전국지역의 암각문을 30여년간 조사하고 있으며, 2017년에 해동암각문연구회를 창립하였다. 1993년도에 포천시에서 한석봉암각문을 발굴하여 문화재로 지정했고, 1997도에 '포천의암각문'을 간행하여 금석학 분야에서 처음으로 ‘암각문’이란 용어를 제시한 연구자이다. 2018년도엔 경기도 남양주시 천마산 보광사 주변의 암각문을 조사하면서 추사 김정희선생의 필적인 ‘벽파동천碧波洞天’ ‘석장石丈’ ‘자련대상紫蓮臺上’ 3점과 귤산 이유원의 ‘현몽만회암現夢晩悔巖’ 등 수점의 암각문을 발굴했다. 이들 자료는 현재 경기도와 남양주시의 문화재 지정을 추진 중이다. 2019년에 경기도지역의 암각문을 정리하여 '경기도암각문'을 간행했다.

강원도지역의 암각문은 1990년도에 이미 평창문화원팀과 함께 평창군 팔석정의 암각문을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물은 '봉래양사언유적대관'에 수록했다. 2013년도엔 영월군 요선정 주변의 암각문을 조사하면서 양사언의 필적을 발굴하여 보고했다. 강릉시 성산면에서 양사언의 초서체 금석문 <이시춘묘갈명>을 발견하여 「강원도민일보」 2015년 10월 5일자에 보도된 바 있다. 고성의 능파대凌波臺 암각문을 기존에 양사언의 필적이 아니고, 신익상申翼相의 필적이라고 고증하여 「강원도민일보」 2018년 11월 8일자에 보도된 바 있다.

관동대박물관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삼척 죽서루에는 212건의 암각이 현존한다.

진주벽眞珠壁·응벽헌凝碧軒 등 몇 점을 제외하면 대부분 삼척도호부의 관리나 이곳을 탐방한 관료나 빈객들의 이름을 새긴 제명기이다.

이 가운데 정매길의 시조 작품을 제외하고 방치하였다는 것은 중대한 실수이다. 그리고 김수문선생이 여러 차례 관계 당국에 진주벽眞珠壁 암각문의 ‘진眞’자가 포항지진의 여파로 떨어져 있는 상태로 방치되어 있음을 제보하였음에도 대책이 없다.

이번에 발굴된 정매길의 시조작품 암각문은 철제 펜스 밖에 방치되어 있다. 조속히 보존 대책을 세워야 한다. 향후 과제로 기녀 정매길과 이 시조작품의 배경이 된 사실을 연구할 필요가 제기 된 셈이다. 그리고 삼척 죽서루 암각문의 문화재지정과 함께 콘텐츠개발에 암각문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야 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