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불러주었기에 유채는 그렇게 꽃이되었다.
이름을 불러주었기에 유채는 그렇게 꽃이되었다.
  • 김지성 기자
  • 승인 2020-0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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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시 근덕면 맹방 유채꽃 축제장에는 사람들의 드문 발걸음이 이어진다.

화창한 날씨 속에 바다는 그렇게 노란 유채꽃을 품고 시리도록 푸르기만 한데 수많은 인파가 붐빈 전년과 달리 올해는 차분하다.

 더없이 아름다운 유채꽃은 전년보다 드문 인파에 새침하다.


어린아이 연인 사랑하는 가족들을 거리낌 없이 품어주던 유채꽃들은…. 그래서 풀이 죽었나 보다.

현재 맹방 유채꽃 축제장에는 대대적인 방역과 함께 마을 주민자치 단속원의 감시가 진행되고 있으나 일부 시민들은 꽃 속으로 발걸음을 옮겨 단속원이 애를 먹기도 한다.


"이번 코로나 때문에 많이 아쉽죠~ 전년보다 더 꽃이 화려하고 잘 피었는데... 일 년 70%를 유채꽃 행사로 수익을 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타격이 큽니다" 자치위 단속원의 말에 힘이 없다.

"그래도 꾸준히 찾아오는 분들을 위해 방역은 매일 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종식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전하는 주민 말을 뒤로하고 "내년에는 두 배로 이쁘게 피어라"는 덕담을 꽃에 던져본다.

 

사람 곁에 머문 꽃이 그래도 생기가 돋는다.

그렇다. 이름을 불어주었기에 유채는 그렇게 꽃이되었음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꽃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