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정선 정암사 수마노탑 국보승격 지정 예고
강원 정선 정암사 수마노탑 국보승격 지정 예고
  • 박종현 기자
  • 승인 2020-0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선 정암사 수마노탑」이 있는 정암사는 신라 자장율사가 당나라 오대산에서 문수보살로부터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받아 귀국한 후, 643년(선덕여왕 12년)에 창건하였다고 「삼국유사」에 전해지는 사찰이다. 정암사에는 수마노탑을 바라보는 위치에 적멸보궁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는 양산 영축산 통도사, 평창 오대산 중대, 영월 사자산 법흥사, 인제 설악산 봉정암의 적멸보궁과 더불어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으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수마노탑이라는 명칭은 불교에서 금·은과 함께 7보석 중의 하나인 마노(瑪瑙)와 관련이 있으며, 자장율사가 진신사리를 가지고 귀국할 때 서해 용왕이 자장의 도력에 감화하여 준 마노석으로 탑을 쌓았고, 물길을 따라 가져왔다 해서 물 ‘水’ 자를 앞에 붙여 ‘수마노탑(水瑪瑙塔)’이라 불렀다는 설화가 전한다.

수마노탑은 화강암 기단 위에 세워진 1층 탑신에 감실을 상징하는 문비가 있고, 그 위로 정교하게 다듬은 모전석재를 적층하여 쌓았으며, 옥개석 위 낙수면과 아래 층급받침의 단 수가 층별로 일정하게 가감되어 있다. 이처럼 수마노탑은 분황사 모전석탑(국보 제30호) 등 신라시대 이래 모전석탑(돌을 벽돌모양으로 다듬어 쌓은 탑)에서 시작된 조형적 안정감과 입체감 그리고 균형미를 잘 보여주고 있어 늦어도 고려시대 이전에 축조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수마노탑은 모전석탑으로 조성되었지만, 출토된 탑지석(탑의 건립 이유, 수리 기록 등을 적은 돌로 탑 안에 넣어 둠)을 통해 조성역사, 조탑기술 등을 연구하는 데 매우 귀중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불국사 석가탑·다보탑과 함께 탑의 이름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희소한 탑이다.

우리나라는 2,000여기에 가까운 석탑이 건립되었으나 탑의 중수과정을 알 수 있는 사례는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국보 제21호)과 포항 법광사지 삼층석탑 등 그 예가 매우 희귀하다. 수마노탑은 1972년 보수과정에서 출토된 5매의 탑지석과 적멸보궁 옆에 중수비 1기가 전하고 있어 모전석탑의 특성상 여러 차례 중수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으며, 보수시기와 범위, 공사기간, 참여인원 및 참여사찰 등에 대한 세부적인 기록이 남겨져 있는데, 이러한 자료가 전하는 사례는 수마노탑이 유일하다.

정암사와 수마노탑은 현존 적멸보궁 가운데 설악산 봉정암과 함께 석탑을 이용해 보궁을 형성한 사례로 주목된다. 특히, 석재를 벽돌 형태로 가공해 축조한 모전석탑 형식과 정암사 가람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장소에 건립한 것은 고려 시대 유행한 비보사탑 개념 속에서 건립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줌으로써, 시대 변화에 따라 다양한 목적으로 수마노탑이 인식되었음을 알 수 있어, 한국 석탑 발전사에 있어 주목되는 석탑이다.

수마노탑은 기단에서 상륜부까지 완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 모전석탑으로, 석회암 지대라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여 고회암(돌로마이트)으로 제작되었고, 사리신앙과 산천비보사상을 배경으로 높은 암벽 위에 조성된 특수한 석탑이다. 특히, 탑지석을 비롯한 자료에서 수리기록과 연혁을 알 수 있고, 모전석탑으로 조성된 진신사리 봉안탑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다는 점에서 국가지정문화재(국보)로 역사·예술·학술 가치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