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삼, 목탄으로 빛을 그리다.
이재삼, 목탄으로 빛을 그리다.
  • 김지성 기자
  • 승인 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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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탄은 나무를 태워서 숲의 영혼을 표현하는 사리이다” - 이재삼 -

 

강원도 영월군에서 태어나 유년기, 청소년기를 보내며 그의 곁에는 동강줄기가 흐르고 항상 산과 나무숲이 둘러싸여 있으며 이것을 늘 곁에 두고 성장하였다. 이러한 어린 시절이 가슴한편에 남아 이재삼 작가의 작품에 고스란히 스며들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나무시리즈, 폭포, 대나무 작업 등 목탄을 통해 자연을 담은 다양한 대작을 고향인 영월 젊은달와이파크에서 관람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영월 젊은달와이파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2020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한 곳이다. 기존의 술샘박물관이 재탄생 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게 되었는데 새로운 문화의 바람을 이재삼 작가의 전시를 통하여 보여주려 한다.

초기 작품은 인물과 추상화, 설치미술과 같은 작업이 주를 이루었다. 자연공간을 표현하고자 의지는 그의 작품을 검은 풍경으로 드러나게 만들었다. 똑같은 인물화를 반복적으로 그리는 건, 작가로서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가지며‘작가처럼’ 이 아닌 ‘작가로’ 산다는 게 무엇인가? 라는 영민함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면서 ‘시대가 원하는 그림이 아닌 시대가 간과하고 있는 그림’으로 작가는 지향점을 세웠다.

검은 빛으로 달빛을 그리다..

이재삼 작가는 목탄이 검은빛의 검은색이 아닌 검은 공간으로 존재한다고 표현하며, 숲으로 이루어진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사물과 사물 사이의 고유한 형상에 대한 그 너머가 만들어내는 적막함이며 무수히 많은 숲과 나무 사이의 깊고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 속에 비경을 담고자 하는 침식된 풍경에 주목하여 작업하십니다. 숲과 나무는 깊은 어둠의 공간속에서 기지개를 펴는 표정인데 달빛에 비친 음혈의 신령한 존재로서 드러나며 달빛소리, 달빛기운, 달빛냄새가 목탄으로 채색되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 즉 달빛이 채색된 정경을 그리는 것이 화두라고 작가는 표현하십니다.

실재이면서 실재가 아닌 풍경 자연의 이미지는 검은 숯, 목탄으로 그려졌다. 단순히 바라보는 풍경이 아닌 사물의 고유한 형상 너머가 만드는 적막함, 깊고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 속의 비경을 담은 침식된 풍경을 나타내고자 했다. 그 풍경은 실재이면서, 실재가 아닌 풍경이 된다. 이러한 풍경은 검은 공간을 통해 추상적 이미지와 구상적 이미지가 함께 공존하는 풍경이다. 오랜 시간동안 캔버스에 문지르고 쌓아올린 목탄가루로 겹겹이 쌓여 깊숙한 공간을 표현한 작가는 목탄을 단순히 재료가 아닌 화면에 부딪힌 가루에 정신과 혼이 묻어나길 바라는 자신의 일부로 여기고 있다.

수도자의 수행과 같은 작업. 작가는 본능을 쫓는 사람이 아니라 본질을 쫓는 사람. 단 하나의 목탄이 화면에 부딪쳐 으스러지는 가루에 나의 정신과 혼이 묻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재삼 작가는 “나는 목탄으로 달빛이 채색된 정경을 그리는 것이 화두이다. 나무가 산소하나 없는 밀폐된 숯가마에서 온종일 불사르고 난 후 재가 되기 전의 검디검은 자태이고 또한숲의 육신이 마지막으로 남긴 숲에 대한 영혼의 사리”라고 말한다.

목탄은 나무를 태운 숯인데 작가에게 이 목탄은 다소 신성함으로 다가오는 재료이며, “목탄은 나무였던 스스로를 연소시켜 자신의 온몸을 숲의 이미지로 환생시키는 영혼의 표현체이다.”라고 설명한다.

이재삼 작가는 숲과 나무는 깊은 어둠의 공간속에서 기지개를 펴는 표정이라 표현한다. 달빛에 비친 음혈의 신령한 존재로서 드러나며 달빛소리, 달빛기운, 달빛냄새가 목탄으로 채

색되고자 하는 의지로 작가의 작품에서 달빛으로 표현되며 “감성과 마음의 빛이며 가슴 사무쳐서 심금을 울리는 빛”이라고 언급했다.

“단순히 바라보는 시각이 아닌 우리 몸속의 오감이 뒤섞인 모든 육감을 품은 빛이다.

그 어둠 속 기운과 정령들이 눈동자, 콧등, 입가, 혀끝, 귓가, 살갗에 전율을 스치며 파고들며, 달빛이 나의 손길과 맞닿는 순간 화면 깊게 자리해 만물과 포옹하게 하는 것” 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미술평론가 박영택(경기대 교수)는 그의 작품에 대하여 이렇게 평한다.

『이재삼은 자신의 일상에서 만난 자연(나무)을 주목해서 그렸다. 그 특정한 소재인 자연/타자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존재다. 그것이 어느 날 자신에게 다가와 감정의 파문을 일으키는가 하면 익숙한 세계에 구멍을 내고 파열음을 만들어냈다. 자신의 일상에서 매번 접하는 ‘아무것도 아닌’ 풍경이 어느 날 낯설고 기이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단색으로만 이루어진, 목탄의 입자에 의해 응고된 이미지는 사실적이면서도 어딘지 초현실적이다. 목탄가루들이 엉겨 붙어 이룬 이 검은 세계는 침침하고 음습하며 더없이 깊다. 작가는 그 검음, 깊음안으로 들어간다. 그곳은 이 현실계와는 다른 차원의 세계다.

짙고 어두운 밤에 달빛에 의지해 드러난 자연계의 몸들인데 그 몸은 전면적으로, 본질적으로 다가온다. 그것 이외에 다른 것들과는 절연된 체 육박해오는 것이다. 고독하고 자존적인이 대상들은 실은 작가 자신의 은유다. 적막하고 적요한 밤에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사물의 피부는 익숙한 대상을 무척 낯설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로인해 식물의 피부에 얹혀지는 그림자를 매력적으로 포착해 그린다. 그것은 또한 현실계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서식하는 존재성으로 다가온다. 고향과 연관된 이미지이자 다분히 전통적인 미감의 기호로도다가오고 나아가 자존과 자아의 표상이자 내면의 상징들인 셈이다.

그 상징들을 절대적 침묵과 단호한 평면성, 그리고 ‘미니멀’(단색주의)하면서도 극사실주의를 통해 본질적인 깊이로서 선보이고자 한다. 한국적 정체성이나 내면의 은유와 함께 말이다.』- 박영택 (경기대 교수) –

전시는 2월에 시작하여 현재 젊은달와이파크, 젊은달미술관3관에서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