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의 해어진 군화 속처럼 널부러진 촛대바위 "언제 붕괴되도 이상하지 않아"
노병의 해어진 군화 속처럼 널부러진 촛대바위 "언제 붕괴되도 이상하지 않아"
  • 김지성 기자
  • 승인 2021-0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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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자를 세워본들 촛대바위가 붕괴하면 무슨 소용?

- 촛대바위 유지보수 관련 무너지기 전 석고라도 발라야

- 균열... 세월, 인근 해양 공사에 위태

'6-'80년...... 아침 방송 시작과 방송종료 전 항상 울리던 애국가의 첫 소절에 강원도 동해시 추암 촛대바위는 어느덧 동해시 대표 관광의 상징이 된지 꽤 오래다.

'80년 동해시가 생성되면서부터 인근 삼척시 면적의 반에 미치지 못하면서도 특정 지자체의 입지를 널리 알린 1등공신 추암 촛대바위이다. 동해시가 추암 촛대바위이고 촛대바위가 바로 동해시이다.

촛대바위는 한 도시에 상징이며 대한민국의 아침이다.

모든 국민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 전국에 첫 백신이 투여된 26일(금) 오후, 추암 해변에서는 연인과 가족 등 관광객들이 촛대바위를 뒤로 한 채 다양한 포즈와 웃음을 덤으로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나치는 관광객들의 해피한 눈길과는 달리 잔떨림 속 카메라 렌즈에 찍힌 촛대바위 속살은 처참했다.

지난 4년전에는 없었던 균열이 촛대바위의 생명을 옥죄고 있다.

2017년 촛대바위
2017년 촛대바위
2021년 현재 새롭게 발견된 균열
2021년 현재 새롭게 발견된 균열

 천리 행군 병사의 해어진 군화 속 주름에 오그라든 발가락처럼 군데군데 상처로 갈라진 촛대바위는 자신을 향해 "멋있다"는 감탄의 탄성에도 곧 바스러질 정도로 힘들어 했다.

취재 당일에도 성인 주먹보다 더 큰 균열 옆 갑작스레 떨어지는 조각은 "횡여 누구라도 지금의 위태함을 알면 안 되는 1급 기밀"처럼 빠르게 포말 속으로 사라졌다.

2.26일 취재당일 떨어진 촛대바위 속살
2.26일 취재 당일 떨어진 촛대바위 속살

지난 2019년 동해시는 촛대바위 안전진단 실시에 들어갔다. 2013년에 측정한 데이터 값과 정밀 비교·분석해 균열 진행 상황을 진단했다. 진단에서 10여 년 전부터 너울성 파도 등에도 훼손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후 동해항 3단계 공사와 인근 해상 공사로 인한 침하가 더욱 가속화됐다는 일부 지적도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다.

동해시는 현재 촛대바위 정상 군 감시초소 철거 후 정자를 준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하지만 해체와 설치 과정에서 진도로 인한 촛대바위의 붕괴가 염려됐으며 당초 헬기를 이용, 자재를 운반한다는 계획까지 취소됐다.

촛대바위에 정자를 세워본들 촛대바위가 붕괴하면 무슨 소용인가? 

김기하 시 의장은 본지 취재 과정에서 "정자 설치보다 차라리 감시초소 철거 후 자연적인 부분을 고려하며 최소한의 편의시설이 적절하다"고 의견을 피력했으며, 대다수 지역민들 또한 "촛대바위 붕괴에 작은 영향이라도 주는 사업은 철회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촛대바위 유지보수 관련해서는 "무너지기 전에 석고라도 발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지금 현 상태를 최대한 유지해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엇갈리고 있다.

행여…... 촛대바위가 붕괴한다면 그 충격은 가히 상상하기 힘들다. 나아가 대한민국을 떠나 세계인들의 비난이 동해시를 향할 것이라 예언한다. 그만큼 촛대바위는 대한민국을 떠나 세계인이 함께 사랑하고 지켜야 할 유산이며 보고이다.

사람들이 떠난 추암해변 어둑해진 산자락 아래…... 호랑이 기침 소리처럼 내뱉는 거친 파도를 받아내며  촛대바위는 오늘도 다음날 위대한 대한민국의 붉은 아침을 기다리고 있다.

수세기를 그렇게......

한편, 동해시 또한 문제를 인지하고 고민하고 있음을 확인했으며 향우 영구적인 대응책이 제시되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