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윤리칼럼) 연고자끼리 나눠먹는 자문위원 공채로 뽑아라
(청렴윤리칼럼) 연고자끼리 나눠먹는 자문위원 공채로 뽑아라
  • 엔사이드편집국
  • 승인 202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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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만박사(정치학)/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한국교통대 교수
  김덕만박사(정치학)/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한국교통대 교수

 

사전에서 자문위원이란 해당기관의 전문분야에 대하여 효율적인 일처리 방법 등의 의견을 물을 때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요즘 공공기관(공무원+공직유관단체) 자문위원을 공개 모집하지 않고 기관장의 지인들로 채우거나 해당기관 선배 퇴직자가 차지하는 관행이 말썽입니다. 공개적인 검증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연고추천 식으로 위촉하다 보니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인사도 적지 않습니다.

□ 연고주의 폐해

대표적으로 공공기관의 자문위원으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를 들 수 있습니다. 민주평통은 헌법에 근거해 설치된 대통령 자문기관으로 기수마다 1만9,000명 내외의 자문위원을 위촉해 오고 있습니다. 자문위원은 헌법기관에서 활동하는 만큼 높은 도덕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직무에 임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죠.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마다 민주평통자문회의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선거를 통해 당선된 기관장들이 당선에 기여한 자들로 자문위원을 많이 채우는 경향이 있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연·혈연·학연 등 연고에 의해 진입과 퇴출이 심해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태규 국회의원이 민주평통으로부터 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현정부 출범 이후 위촉된 18~19기 자문위원 중 해촉된 자문위원이 1천80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직무불성실로 해촉된 자문위원은 18기 603명, 19기 474명 등 1천77명이며, 품위손상으로 해촉된 자문위원은 18기 1명, 19기 2명 등 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지난해 9월 위촉돼 2021년 8월말까지 활동하는 19기 자문위원 중 2명은 성희롱에 따른 품위손상으로 해촉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전관특혜 논란

강원도 고성군협의회장으로 활동했던 A씨는 협의회 행사에서 여성위원에 대한 성추행으로 2019년 8월 검찰에 기소돼 해촉됐죠. 성희롱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북유럽협의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던 B씨는 협의회 행사에서 여성위원에게 "화장 한 번 벗겨보고 싶다", "가슴 밖에 보이지 않아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는 등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올해 2월 해촉됐습니다. 18기 자문위원 C씨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민주평통 의장인 대통령을 비하한 합성사진을 유포하고, 이에 항의하는 시민에게 지역감정을 조장했다는 사유로 해촉됐습니다. 이같이 1천명이 넘는 평통자문위원이 직무 불성실이나 품위손상으로 물러난다면 헌법기관인 평통의 권위와 신뢰도 그만큼 추락하는 것이죠. 평통자문위원 위촉과정에서 평판도와 전문지식 도덕성 등을 검증하고 위촉 후에도 관리감독을 철저히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 공채를 통한 투명성 제고

퇴직공무원이 산하 공공기관의 자문위원으로 위촉돼 장기간 활동하면서 자문 대가로 고액의 자문비를 받는 관행도 바로 잡을 때가 왔습니다. 요즘 시끄러운 성남시 대장동 재개발 비리에서도 이런 저런 연고를 동원해 자문활동을 벌이다 논란이 된 고관대작들도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일부 공공기관은 감독부처의 퇴직공무원을 장기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그 대가로 최대 월 3백만 원을 지급하고 있었습니다. 자문위원 제도가 사실상의 퇴직자 재취업 창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자문위원 제도를 운영하는 공공기관에서는 연고주의 채용이나 위촉을 배제하고 공개모집을 통해 역량을 갖춘 자를 초빙해야 할 것입니다. 각종 입찰 심사위원이나 면접위원 공개모집 제도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