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윤리칼럼) 반부패 총괄기관의 민낯
(청렴윤리칼럼) 반부패 총괄기관의 민낯
  • 엔사이드편집국
  • 승인 2021-1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덕만박사(정치학)/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국토교통부 청렴자문위원
김덕만박사(정치학)/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국토교통부 청렴자문위원

 

 

부정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공무원+공직유관단체 임직원) 언론사 사립교직원 등은 외부강의시에 정해진 규정에 따라 강의료를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공직자는 시간당 40만원 이하이고 두시간이면 50%를 더해 60만원 이하를 받게 됩니다. 언론인과 교수는 시간당 1백만원까지이고 한시간 추가시마다 1백만원씩 가능합니다. 그러나 부정청탁금지법 운영 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공무원은 자체 공무원행동강령에 따라 부패방지 관련 강의를 해도 한 푼도 받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부패방지 업무가 본연의 직무이고 부패방지 강의도 업무 연장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 외부강의 사례금 준수 허술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직원이 외부강의를 몰래 하고 규정을 어겨 사례금을 받은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습니다.

감사원이 12월 28일 공개한 국민권익위원회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권익위 소속 A씨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7차례에 걸쳐 외부강의를 하고 약 240만원의 사례금을 받았다고 합니다. 권익위 공무원행동강령에 보면 ‘직무와 관련해 요청받은 강의·강연·기고 등을 할 때는 강의료, 원고료 등 사례금을 일절 받을 수 없다. 만약 사례금을 받은 경우 지체없이 이를 반환해야 한다’로 정하고 있습니다.

통상 공무원의 경우 외부강의 시 소정의 사례금을 받을 수 있지만 권익위는 부패방지 업무를 총괄하는 기관의 특성을 고려해 행동강령을 통해 사례금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A씨는 또 7차례의 외부강의 중 3차례는 소속 과장에 사전 신고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했습니다. 감사원은 또 다른 직원 B씨도 사전 신고 없이 직무 관련 외부강의를 한 뒤 22만원의 사례금을 받은 사실을 적발했습니다.

□ 음주운전 행정심판 느슨

감사원은 권익위가 음주운전 관련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 청구사건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감경기준'을 정해진 것보다 느슨하게 적용한 점도 감사를 통해 지적했습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운전이 중요한 생계 수단이거나 취소처분 개별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 '면허취소'를 '면허정지'로 감경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감사원은 그러나 권익위가 무사고 기간 등만 충족하면 감경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마련해 시행규칙상 면허취소 기준이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면허취소에서 처분이 감경된 6천574건 중에는 직업에 운전이 필요하다고 보기 어려운 공공기관 직원, 교사, 대학교수, 의사 등이 231명 포함돼 있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합니다.

면허취소 처분을 받은 사람이 직업을 사실과 다르게 기재해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그대로 처분이 감경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 반부패기관다움

강의료 사례금 제한 규정을 만든 권익위가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영(令)이 안서는 건 당연합니다.해당 공무원들의 징계조치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철저한 예방교육과 실태점검을 통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겠지요.

음주운전에 대한 행정심판도 엄정한 잣대로 처분해야 하겠지요. 감사원은 “법률에 근거 없이 청구인의 혈중 알코올농도와 무사고 기간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일부인용(감경) 하는 등을 내용으로 한 재결 기준을 운용하는 것은 '운전면허 취소·정지 처분 기준'을 유명무실하게 하는 는 것"이라며 주의를 요구했습니다. 또 감경사유 판단을 위해 행정심판 청구 접수 단계에서 재직증명서 등을 제출하도록 해 청구인이 주장한 직업·소득 등을 확인·검증하는 규정도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