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권침해에 침묵하는 한국 정부
북한의 인권침해에 침묵하는 한국 정부
  • 국제전문기자클럽(특별취재반 )김지성 기자
  • 승인 2016-0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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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일가의 인권 유린은 전 세계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한국 정부는 왜 이같은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일까요?

(편집없이 기재)


북한 정부의 인권 유린은 모든 민주사회에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김일성 일가의 독재는 강제수용소 수감, 아사, 집단 처형 등의 방법을 통해 수백만 명의 삶을 앗아갔습니다. 일본과 미국이 북한의 인권 개선을 공식적으로 촉구하기 위해 법안을 통과했을 정도로 북한 내 상황은 심각합니다. 캐나다는 북한 인권의 날을 제정했습니다. 유엔은 북한 인권 문제 조사를 위해 특별보고관을 임명하고 조사위원회를 설립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한국 정부는 아무런 노력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북한 시민들이 겪고 있는 탄압은 한국 사회에서 대체로 무시되고 있습니다.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가 공개적으로 북한 인권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북한인권법은 한국 국회에서 계류 중입니다.

만약 통과된다면, 이 법안은 외교부와 통일부에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한 고위급 담당 부서 창설, 동독의 사례에 기반을 둔 인권 관련 기록 시스템 구축, 김일성 일가의 폭정을 알리는 교육 캠페인을 설립함과 동시에 북한에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한국 소재 시민단체가 후원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고립된 북한 사회로 유입되는 정보량을 늘릴 수 있을 것입니다.

외부의 정보는 북한 정권의 내부 선전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북한 시민들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모두가 신이고 북한이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이며 바깥세상은 굶주림과 사회적 갈등, 전쟁에 시달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씨 일가만이 그들을 보호해준다고 믿습니다.

북한인권법은 이런 세뇌의 굴레를 벗기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이 법안은 탈북자 공동체의 전격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국가를 비난하는 발언을 하는 즉시 처형당하는 북한 사회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들이야말로 북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만약 통과된다면, 이 법안은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곳에 빛을 밝혀줄 것입니다.

하지만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법안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야당 소속 정치인들은 한국 정부가 북한의 행보를 비판함으로써 "심기를 건드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대신에 북한에 인도적 구호를 보내는데 초점을 맞춘 법안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이는 북한의 독재를 포상하는 셈이 됩니다.  

2004년도 당시 여당이며 현 새정치연합과 노선을 같이하는 열린우리당 중심 정부는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유엔 결의안 표결에 기권했습니다. 한 새정치연합 소속 법조인은 결의안의 통과를 막은 것이 자신의 최대 성과라고 공개적으로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여당인 새누리당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여당의 지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의 지도자들은 야당의 반발을 우려해 북한인권법 제정을 옹호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정당들이 눈을 돌리거나 미미한 태도로 일관하는 동안 2천5백만의 북한 시민들은 전 세계의 가장 악랄한 독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 내에서 북한인권법 제정이 지지하는 이들이 전무한 것은 아닙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통일부는 법안의 제정을 찬성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또한 "한반도의 모든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통일의 근본적인 목표"라는 발언을 통해 제정에 대한 옹호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또한 첫 북한인권법 발제안의 저자 중 한 명이자 경기도지사직를 지낸 김문수 위원도 아직까지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지도자들은 한국 국민에게 정체된 현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영감을 줄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북한 시민들과 연대하여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도록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우리 미 인권 재단(HRF)는 한국 내 각 분야의 전문가, 탈북자, 그리고 세르비아의 밀로셰비치 독재정권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무너뜨리는데 기여한 스르야 포포비치 등의 유럽 민주주의 활동가들을 포함한 국제 연대를 형성했습니다. 말레이시자 야당 지도자 누룰 이자흐 안와르, 하버드대 인지과학자 스티븐 핑커, 위키피디아 창립자 지미 웨일스 및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빅토르 유시첸코 또한 이 연대의 일원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 및 구소련의 경우만 보더라도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어떻게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데 기여할 수 있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이 두 케이스에서 모두 군대의 무력이 아닌 생각의 힘이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이 국제적 연대를 통해, 우리는 탈북자들의 사회운동이 역사적인 승리를 거두어내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국제 사회의 지도자들과 우리는 한국 국회의원들이 단합해 전 세계에서 가장 탄압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구명줄을 만들어주기를 기원하고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캐스파로프 씨는 “겨울이 다가온다: 왜 블라디미르 푸틴과 자유세계의 적들을 막아야 하는지에 대하여” 의 저자이며 미 인권재단의 이사직을 지내고 있다. 공동저자인 토르 할보르센씨는 동 재단의 회장 겸 CEO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