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원주대, 철학과 3학년 74세 은발의 만학도
강릉원주대, 철학과 3학년 74세 은발의 만학도
  • 김아영 기자
  • 승인 2016-04-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불석권(手不釋卷), 배움의 길을 가다-

강릉원주대(총장 반선섭) 철학과 3학년에 편입한 은발의 만학도 74세 김남수님은 요즘 좋아하던 등산도 학교 과제 때문에 모두 미뤄두고 매일 삼척에서 강릉으로 오가며 공부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수업 커뮤니티에 접속하는 방법을 카톡으로 상세히 알려주는 학과 학생과 학과 조교, 대학 도서관 덕분에 학교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그는 70살부터 인생이 다시 즐거워졌다고 한다.

“먼저 도착한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 아니다. 인생은 멀리 보고 완주해야 한다. 마지막에 우리는 어떤 사람이 돼 있을지 모른다. 충동은 경계하고, 자제하며, 진지하게 삶을 살아내야 한다.” 그가 우리에게 보내는 조언이다.

그는 만 57세에 중학교에 검정고시에 도전해 6개월 만에 합격했고, 고졸 검정고시에 도전해 1년 만에 합격했다. 그가 이렇게 뒤늦게 배움의 길로 들어선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56세 때 아파트 경비원으로 지원서를 내려 하자 중학교 졸업증명서를 요구했다. 충격이었다. 그는 중학교를 7개월 다니고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소를 모는 목동이 됐었다.

시간이 흘러 도시의 택시 운전사로 생활을 이어가면서, 그 시절 많은 사람이 그랬던 것처럼 고되고, 여유가 없는 삶이었지만, 틈틈이 고전 작품과 에세이 등 책도 읽으며 배움의 열정을 이어갔다. 삶을 사는 동안 큰 불편은 없었는데 56세에 사회에서 요구한 중학교 졸업장이 그를 아프게 했다.

그렇게 공부가 시작됐다. 고등학교 검정고시 도전에 성공하고 한동안 서울 생활을 하다 대장암 판정을 받고 67세에 고향 삼척으로 돌아왔다. 병원 신세를 지기보다 고향에서 여생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69세에 몸이 회복되면서 건강이 좋아졌다. 대학에 가고 싶었다. 어릴 적 꿈인 선생님의 꿈도 이루고 싶었다. 그래서 69세에 도내 최고령 수능 응시자로 시험에 도전했고, 70세에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동해 한중대 영문과를 수료하고 올해 강릉원주대학교 철학과 3학년으로 편입했다.

"인생은 끝까지 學生이다. 시간과 건강이 허락한다며 수불석권(手不釋卷)의 자세로 박사학위까지 도전해보고 싶다"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100번 실패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길을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 쉽게 가는 지름길은 그 어디에도 없다.” 세상을 훨씬 먼저 걸어온 어른이 이제 세상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 젊은 후배에게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