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의 뜰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
사임당의 뜰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
  • 김지성 기자
  • 승인 2017-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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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의 초충도 그림 강연회 개최-

 오죽헌시립박물관은 최근 사임당의 예술세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 연계하여 간송미술관 탁현규 연구원을 초청하여 5월 20일(토) 오후 2시 오죽헌시립박물관 문화학교 강의실에서 사임당의 예술세계에 대한 강연을 개최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화가인 사임당, 그녀가 남긴 작품들 가운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인 초충도는 이름 그대로 뜰에 사는 풀과 벌레를 소재로 한 그림을 말한다. 따라서 사임당의 그림은 사람과 가장 가까운 자연인 ‘뜰’이 주 무대였다.

「사임당의 뜰」은 그동안 율곡 이이의 어머니이자 현모양처로 알려졌던 사임당의 생애를 말하는 대신에 화가이자 예술가로서 사임당이 남긴 화첩 속 그림이 전하는 생명의 메시지를 이야기한다.

이 책의 지은이 탁현규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간송미술관의 연구원으로 옛 그림들을 소개하는 「그림소담」, 「고화정담」 등을 집필했다. 오랫동안 옛 그림을 보아온 지은이가 생각하는 초충도의 진짜 매력은 무엇일까? 오늘날에도 사임당이 크게 회자되고 초충도가 주목을 받는 이유를 “살아있는 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있기 때문”이라 밝힌다.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덮여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하는 땅에서 풀벌레와 어울리는 삶은 돈을 내고 경험하는 행위가 되어버렸지만, 생명체보다 사람의 감각을 더 크게 자극하는 일은 없기 때문에 시대가 지나도 초충도의 의미는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사임당의 뜰」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사임당의 화첩>과 <매창의 화첩>은 사임당의 그림 스물여섯 점과 매창의 그림 네 점을 소개한다. 책에 수록한 사임당 초충도는 사임당의 그림으로 전하는 작품들 가운데 간송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오죽헌시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초충도는 사임당 그림과 함께 여러 문인의 글과 시가 전해지는 중요 작이기도 하다. 또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임당의 큰딸인 매창의 화조도를 함께 실었는데 ‘작은 사임당’이라 불렸던 매창은 사임당과는 달리 먹으로 매화와 대나무 등을 그렸다. 사군자의 시초를 지은이는 매창의 화조도에서 발견한다. 2부 <함께 이야기 나누며>에서는 그동안 사임당에게 궁금했으나 물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가상의 대화를 통해 묻고 답한다. 매창, 율곡, 사임당과의 대화를 통해서 ‘어머니로서 사임당’뿐만 아니라 글을 짓고 그림을 그리는 ‘여성 예술가 사임당’을 소개한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사임당의 초충도를 모사했을까?

붉은 원추리, 남빛 개미취, 흰 패랭이꽃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철이 되면 피어난다. 꽃이 피면 나비와 벌은 꽃으로 날아들기 바쁘고 계절이 익어감에 따라 열매도 함께 무르익어간다. 사임당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앞뜰에 소담하게 핀 꽃과 말없이 자라난 풀들이 얼마나 강인한 생명력을 가졌는지 깨닫게 된다.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이 사임당의 그림에서 생명력을 발견했기 때문에 그토록 많은 모사작이 전해지는 것이 아닐까. 조선 시대 숙종 임금이 모사하게 했다는 일화로 유명한 사임당의 초충도는 국내외 300여점이 넘는 모사작이 있다고 전해진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기에 다양한 모사작이 존재하는 것이다.

사임당과 매창의 화첩 속에서 살아난 생명들

사임당에 뜰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사임당의 뜰」은 사임당이 가꾸고 그린 그녀의 뜰을 책 속에 담았다. 지은이 탁현규는 사임당 화첩에 그려진 모든 생명들을 이야기한다. 슬쩍 보고 그냥 지나치기 쉬운 벌레 한 마리조차 지은이는 소홀히 넘어가지 않는다. 오히려 그림 속 작은 무당벌레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아서 찾는 재미가 있음을 알려준다. 또한 무당벌레를 가리켜 “해충을 먹어 치우기 때문에 행운을 가져다주는 곤충이자 남녀 간의 맺어진 사랑을 뜻한다”고 밝히며, 사임당이 작은 곤충을 그린 의미를 곁들여 준다.

 또한 이 책은 사임당의 그림 속에 숨겨진 ‘마음’을 읽어준다. 가까운 이들이 건강하길 기원하는 마음, 아이가 시험에 붙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새로운 생명이 건강히 태어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이 사임당의 그림에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런 사임당의 마음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임당의 뜰」은 꽃밭에 핀 꽃들을 찬찬히 바라보듯 사임당 그림의 아름다움을 음미하게 한다. 그리고 세상에 제 소임이 없는 생명은 없다는 듯이 부지런히 그림 속을 기어가는 사마귀와 방아깨비, 도마뱀, 개구리 등의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흙을 만지고 밟는 일이 힘들어진 것처럼 풀과 꽃, 열매, 곤충들의 이름을 알고 부르는 일 또한 어려워졌다. 이 책에 실린 초충도를 보며, 작고 보잘 것 없는 생명들의 생김새와 이름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그 이름을 나지막이 불러보는 일도 소중한 강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