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아리랑박물관,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특별사진전 개최
정선 아리랑박물관,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특별사진전 개최
  • 박종현 기자
  • 승인 2017-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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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이주 고려인, 눈물로 넘은 아리랑 고개,“고려인 강제이주와 중앙아시아의 아리랑” 강좌도 이어져

정선 아리랑박물관(관장 진용선)에서는 올해로 80주년을 맞는 고려인 강제 이주 역사를 제조명하기 위한 특별사진전을 오는 9월 9일부터 9월 28일까지 정선 아리랑센터에서 개최한다.

고려인은 구소련 일대에 사는 한인들로, 1937년 소련 정부의 정책에 따라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당한 우리 민족이다.

고려인들이 살아온 지난 세월은 고난과 역경 그 자체다. 탐관오리의 횡포와 굶주림에 시달리다 고향을 떠난 이들이 연해주에서 살다가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일대로 내쫓긴 것은 지난 1937년. 고난 가득한 행로에서 시작해 눈물로 점철된 삶을 살아야 한 고려인들은 지금도 러시아와 유라시아에서 여전히 ‘고려인’, ‘고려사람’이라는 이름으로 떳떳하게 살아가는 동포들이다.

아리랑박물관은 정선아리랑문화재단 및 아리랑아카이브와 공동으로 9일부터 정선 아리랑센터 1층 특설전시실에서 “고려인, 아리랑 고개를 넘다”를 주제로 사진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회에는 고려인들의 역사가 시작된 1860년대부터 1890년대 연해주에 살던 고려인의 모습과 1937년 고려인들이 하루아침에 집과 논밭을 빼앗기고 중앙아시아 행 화물열차에 몸을 싣던 블라디보스토크 역사(驛舍)의 모습, 중앙아시아 정착 후 손발이 부르트도록 땅을 일구며 “사회주의 조국”인 소련을 위해 헌신하던 삶의 모습 등 고난의 역사를 극복하고 기록한 현장의 다양한 사진들을 선보인다.

전시회에 선보이는 사진은 진용선 관장이 지난 20여 년 동안 해외동포 아리랑을 연구하며 러시아, 중앙아시아, 일본, 프랑스, 중국 등 해외에서 직접 한 장 한 장 수집한 사진 50여 점으로 이들 가운데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산촌 움막 속의 고려인과 어촌의 모습, 개척리와 신한촌의 모습, 강제이주 이후 꼴호즈에서의 공연 모습 등 많은 사진들은 처음 공개되는 것들이 많다.

1880년대 연해주 일대의 모습이 담긴 실물 사진들은 고려인이 1937년 강제이주 되기 전 개척리와 신한촌을 비롯한 조선인 집단 거주지의 주거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귀한 자료라고 할 수 있으며, 1900년대 초 핀란드 출신의 사진작가 칼 요한 슐츠(Schoultz, Carl Johan, 1849~1923)가 찍어 모스크바에서 발행한 엽서와 러일전쟁을 전후로 일본에서 발행한 상업용 엽서 속의 고려인들도 인상적이다.

고려인 수난의 역사를 담은 50여 점의 사진은 백 마디의 말과 글보다 더 생생하게 역사적 상황을 말해준다. 사진 어느 한 구석에서도 멋스러움을 추구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 프레임 중심에 놓인 것은 한결같이 “사람 이야기”다. 겨울철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누추한 흙집 옆에 서있는 블라디보스토크 개척리 어린이들, 골목길에 늘어앉아 일감을 기다리는 짐꾼의 시선과 표정에는 고단하고 서글픈 제각각의 속내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박물관에서는 사진전과 함께 오는 16일 아리랑박물관에서 열리는 아리랑로드 인문학 강좌에서는 진용선 관장이 구한말 이후 한민족 수난의 역사 곳곳에서 존재한 아리랑과 함께 관객들의 마음 깊숙한 곳을 울리는 “고려인 강제이주와 중앙아시아의 아리랑” 이야기도 풀어낸다. 강의 중간 중간 고려인 가수와 연주자들이 취입한 희귀 음반을 통해 아리랑의 변이와 소비에트 재즈로 변하는 확산 과정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박지희 아리랑박물관 학예사는 “올해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사진을 통해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고단했던 삶을 되짚어보고, 역사적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