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네서 올림픽이 열린다니, 가만 있을 수 있나
내 동네서 올림픽이 열린다니, 가만 있을 수 있나
  • 박종현 기자
  • 승인 2018-0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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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 역사의 산 증인, 대관령면 어르신들 올림픽 유치부터 손님맞이 까지 자원하여 앞장

손수 청사초롱 만들고, 평창대길 퍼레이드 선두에서 길 열어

평창군는 지난 3일 평창 문화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평창-문화를 더하다” 행사가 횡계시가지에서 종일 펼쳐지는 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평창대길” 퍼레이드로, 평창민속예술단원들이 선두에 서고, 대관령면에 살고계신 어르신 300여명이 청사초롱을 들고 뒤따르며 올림픽플라자 주변을 행진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그날 쓰인 청사초롱은 모두 350개로, 평창 오시는 길을 환하게 밝혀 방문하시는 모든 이들을 환영한다는 의미에서, 평균 나이 70세가 흘쩍 넘으신 대관령 어르신들이 대한노인회 대관령분회 사무실에 모여 앉아 손수 만든 것들이다.

“아 글쎄, 철새(사) 줄을 손으로 꼬려고 하는데, 손에 힘이 없어서 잘 구부려지지도 않잲아. 손꾸락은 아픈데, 노인회 사무장님이 울 보고 다 맹거뜨러놨다고 하대. 펜치를 들고 와서 해줘서 게우 했어.” 한 할머니가 청사초롱 만들던 얘기를 한다. 당초 250개를 만들 계획이었지만, 대관령 노인들은 신바람나게 100개를 더 만들었다.

청사초롱 들고 다닌 날은 체감온도가 영하 22도였다. 할머니들은 양말을 두겹이나 신었는데도 발이 시려웠다며, ‘간이 얼어버릴 것 같은 날씨’라고 했지만, 우리 동네에 세계 곳곳에서 손님들이 찾아오신다니, 횡계 시내를 훨훨 날아 오를 것 같았다고 한다.

청사초롱을 들었던 할아버지·할머니들은 모의개막식에도 초대되었다. 불빛이 번쩍 번쩍하는 거대한 공연장 같은 개막식장에 들어가니 정작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마치 수십만명이 모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좌석 번호대로 앉는 것도 몰라 아무 자리에나 앉았다가, 자리 주인이 나타나서 그제서야 자기 자리 찾느라 허둥거렸다며, 할머니들이 모여 깔깔 거리며 웃는다.

어르신들은 본인들의 ‘아지트’인 노인회분회 건물을 방문객에게 개방했다. 경기가 있는 저녁시간마다 노인회분회의 거실이 사람들로 가득찬다. 공식적인 개방은 아니지만, 이렇게 방문객이 몰려드니, 시설을 제공해야지 않겠냐는 논리이다. 노인들은 방문객으로 더러워진 건물 곳곳의 청소며, 노인회분회 건물이 근접해있는 라스트마일의 쓰레기 수거 봉사까지 손수 하신다. 어르신들의 운동 장소였던 게이트볼장은 올림픽 기간 동안 쉼터로 진즉에 변신했다.

지금 대관령 어르신들의 또다른 임무는, 대관령 주차장의 화장실 청소이다. 노인들이 일일 4개 조로 돌아가며 밤 10시까지 10여동의 화장실을 관리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화장실 청소를 좋아하겠냐며, 본인들이 나섰다. 일을 하다가 의견이 안 맞을 때는, 올림픽이니 조금씩 양보하자며, 서로 다독인다.

조욱현 대관령노인회 회장(82)은 올림픽 개막식 전 괜히 긴장이 되었다고 한다. 대관령 노인들은 올림픽 유치를 위해 환영식이란 환영식, 모임이란 모임은 자진해서 모다 참여하였다. 그간 열심히 한 보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여겼는데, 성공적인 개회식이란 소식에 이어, 올림픽이 잘 진행된다는 찬사가 들리니 기분이 좋기만 하다.

대관령의 올림픽 역사를 함께 한 어르신들은, 올림픽 이후 대관령이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 다른 욕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두메산골 대관령이 올림픽 호스트 시티로 화려하게 변신한 것처럼, 후대로 갈수록 세계에 뒤질 것 없는 으뜸가는 나라, 위대한 국민성으로 선진국이 되는 대한민국, 세계적인 올림픽 도시의 이미지로 지속 발전하는 대관령을 바랄 뿐이다.

그래서 오늘도 대관령 어르신들은 올림픽의 성공개최를 위해, 본인들의 오래된 손을 보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