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영어는 굿 모닝밖에 모르지만~
(이사람) 영어는 굿 모닝밖에 모르지만~
  • 김지성 기자
  • 승인 2018-0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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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정신으로 대관령에 달려왔습니다

 

 평창군 횡계리 올림픽플라자 게이트 3 구역 앞에서 자원봉사자 복장도 아닌, ‘해병대 차림새’로 교통정리에 여념 없는 사람이 있다. 특이한 복장도 눈에 띄지만, 무엇보다 절도 있고 정확한 지시에 차량과 보행자들이 순조롭게 다니고 있어 든든함까지 느낄 수 있다.

철원서 온 황지현(53세)씨는 지난 1월 16일 대관령에 도착하자마자 교통정리 자원봉사에 나섰다. 지금껏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자리를 지켰다. 

해병대 502기로, 철원군 전우회 교통대장을 맡고 있는 황씨는 온갖 곳에서 수차례의 교통 관련 봉사를 했던 경험을 백분 살려 재능봉사를 하고 있다. 동계올림픽이라는 국가적인 행사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마땅히 뛰어와야 한다고 생각해, 생업인 목수 일을 뒤로 하고 대관령으로 달려왔다. 물론 이 곳에서 지내는 동안의 숙박비며 식비는 모두 자비로 해결한다.

  대관령으로 달려온 이유는 또 있다. 철원군 와수리가 고향인 그는, 어릴 때부터 북한 땅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자라서인지, 통일에 대한 남다른 소망을 가지고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하고 남북단일팀이 구성된다고 하니,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꿈꾸는 그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대관령과의 개인적인 인연도 있다.

바로 알펜시아 올림픽파크의 스키점프대 건설 공사 시 목수로서 참여한 것. 스키점프 경기를 볼 때 마다 내 손이 보태진 곳에서 선수들이 선전하고 있으니 뿌듯하기만 하다. 사실 교통봉사도 그렇게 일찍부터 할 예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 1월 16일 해병대 총연합회 강원도 모임이 인근에서 있자, 온 김에 철원군 해병대의 교통순찰차를 몰고 대관령으로 달려와 눌러앉았다. 의외로 그 때부터 사람들과 차량이 대관령 시내에 많이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함께 길 안내와 교통안내를 하는 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은 황씨의 자원봉사를 반기고 있다. 관람객이 몰려드는 시간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황씨의 교통 정리가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황씨 역시 신나게 봉사하고 있다.

영어는 ‘굿 모닝’ 밖에 모르지만, 외국인들이 서툰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해주는게 기분 좋을 뿐이고, 안전하게 올림픽을 즐기는 사람들의 밝은 표정이 힘을 내게 한다. 해병대의 자부심으로 해병대 의전복도 여러 벌 준비해 와 매일 바꿔 입는다. 정작 본인은 올림픽 경기를 즐기거나 올림픽플라자에서 올림픽분위기를 내보지 못했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대관령면사무소 헬스장에서 체력단련을 하고 샤워 한 번 하는 것이 낙이다.

대관령 주민들도 멀리서 온 황씨가 봉사를 지속해 나가자, 본인의 점포에서 쉬도록 해주거나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며 응원하고 있다. 황씨 역시 같은 강원도민이기에 평창과 이어진 인연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며 패럴림픽까지 봉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타지에서 두 달 이상 지내고 있지만, 가족들도 황씨의 봉사 일정을 흔쾌히 성원하고 있다.

  황씨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며, 올림픽플라자 게이트 3 구역 도로 한 복판으로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