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방역 속 ‘안정적 전진’ 2021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철저한 방역 속 ‘안정적 전진’ 2021 평창국제평화영화제
  • 김지성 기자
  • 승인 2021-0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안 상영관과 스페셜 토크로 호평 받은 세번째 영화 축제

26개국 78편의 영화 상영, 코로나 상황에도 관객 수 작년 대비 증가

피칭 프로젝트, 평화 아카데미, 강원시네마워크샵 등 안정적 진행

2021년 평창국제평화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세 번째를 맞이한 2021년 평창국제평화영화제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안정적 전진’이었다. 작년 코로나 상황을 용기 있게 오프라인으로 돌파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영화제는 올해 더욱 철저한 방역 속에서 지난 해보다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극장 상영과 야외 상영, 전시와 공연 그리고 온라인 접속자를 합한 영화제 전체 참여 인원은 약 11,000여 명으로 작년 대비 10%로 정도 증가했다.

다섯 개의 극장과 세 곳의 야외 상영 공간 그리고 하나의 전시 공간에 방역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며 인원이 통제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관객들이 영화제를 찾았다고 할 수 있다.

야외 상영을 제외한 일반 극장 상영의 경우, 점유율이 2020년 47%에서 49.1%로 상승했고, 전체관객수는 작년 대비 22% 늘어났다. 1회 상영 당 관객수가 20% 증가했고, 전석 매진작은 총 13편으로 작년의 12편보다 조금 늘어났다. 영화제의 화젯거리는 작년보다 훨씬 많아졌다. 개막작인 안재훈 감독의 <무녀도>에 대해 많은 관객들이 찬사를 보냈고, 안재훈 감독과 ‘연필로 명상하기’ 전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송해 1927> 야외 상영 전에 진행된 방송인 송해의 무대 인사는 뜨거운 현장이었다.

그는 세 곡의 노래를 연달아 부르며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과 함께 호흡했다. 생활 공간을 개조한 감자창고 시네마는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에게 인상적인 상영관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다섯 개의 상영관 중 가장 많은 관객이 찾았다. 아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그린 디자이너 윤호섭의 드로잉 이벤트와 홍천 노천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한 평화 아카데미,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한 피칭 프로그램과 강원시네마워크샵 등도 안정적으로 진행됐다.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방은진 집행위원장은 “꿈결 같은 시간들이 지나간 느낌”이라며 “엿새의 기억으로 다음 해를 준비할 수 있는 새롭고 희망찬 동력을 또 다시 얻었다. 평창의 하늘이 다 했다“라고 전했다.

6월 17일 올림픽메달플라자에서 개막

영화제 시작은 지난 6월 17일 평창 올림픽메달플라자에서 진행된 개막식이었다. 배우 공승연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개막식에는 지난해에 이어 엄격한 거리두기를 반영한 좌석이 준비됐다. 개막 공연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막 무대에도 올랐던 국악인 김준수와 밴드 두번째달, 미얀마 소녀 완이화가 콜라보 무대를 선보였고 개막작으로 안재훈 감독의 <무녀도>가 상영됐다. 이날 개막식에는 얼마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영화인회의 이춘연 이사장을 추모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문성근 이사장은 개막 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평창국제평화영화제가 세계적 주제와 이슈에 관심 갖게 하는 통로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며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아 영화제 그릇을 계속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26개국에서 온 78편의 영화 상영

올해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서는 26개국에서 온 78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국제장편경쟁과 한국단편경쟁을 비롯해 평화에 대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스펙트럼’, 올해 GV again을 주제로 진행된 ‘스펙트럼K’, 북한과 관련된 이슈를 선보이는 ‘평양 시네마’, 여행에 대한 주제를 담은 ‘POV : 온 더 로드’, 개막작 감독인 안재훈 감독의 작품을 선보인 ‘클로즈업 : 안재훈’, 강원 지역 영화들을 만날 수 있었던 ‘시네마틱 강원’, 여름날 야외에서 만날 수 있는 ‘여름영화산책’까지 개막작을 포함한 총 10개 섹션이 진행됐다.

영화제는 올해도 코로나19로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한 해외 감독들의 영상 메시지를 공개했다. 관객들과 함께할 수 없는 아쉬움과 코로나 시대를 함께 이겨 내자는 격려와 연대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14편의 감독 영상 메시지는 영화제 기간, 영화 시작 전 상영됐다. <침입>의 로니 트록커 감독은 “서로를 그리워하는 지금, 영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축제가 열리고 영화가 상영될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하다”고 전했다.

인상 깊은 토크 프로그램

다양한 토크도 마련됐다. 그 중 가장 큰 관심을 끈 프로그램은 단연 영화 <모란봉> 상영 후 진행된 PIPFF 클래스였다. 북한과 프랑스의 최초 합작 영화인 장 클로드 보나르도 감독의 1958년 작 <모란봉>은 원래 지난해 상영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레 찾아온 팬데믹 상황으로 영화제 전까지 상영본이 한국에 도착하지 못해 큰 아쉬움을 남겼던 작품. 한상언영화연구소 한상언 대표와 영화학자 이화진이 참석한 이번 PIPFF 클래스에서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모란봉>의 영화사적 가치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자리가 진행됐다.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방은진 집행위원장이 10년 만에 배우로 출연한 <자산어보> 상영과 토크도 진행됐다. 이준익 감독과 방은진 집행위원장이 함께한 이번 스페셜 토크는 전석 매진되며 큰 관심을 받았다. 최장수 MC 송해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송해 1927> 무대 이벤트도 진행됐다. 올림픽메달플라자 야외 상영 무대를 직접 찾은 송해는 관객들에게 직접 부른 노래를 들려주며 올해 영화제에서 가장 인상 깊은 무대를 선사했다.

대안 상영관에서 즐긴 이색 상영

매해 다양한 대안 상영관에서 즐기는 이색 상영으로 큰 사랑을 받아온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올해도 대관령면 횡계리에 있는 다양한 공간들을 대안 상영관으로 마련했다. 감자창고와 트레이닝센터, 어울마당 등이 각 상영관 특색에 맞게 조성됐다. 가장 사랑받은 공간은 단연 감자창고 상영관. 평소 감자 저장고로 운영되는 오래된 창고는 헬리녹스 의자가 놓인 상영관으로 조성되며 매력적인 공간으로 변모했다. 평소 횡계리 주민들의 문화 및 여가 공간으로 활용되는 대관령트레이닝센터와 매해 겨울 대관령눈꽃축제가 열리는 어울마당 등도 이색 상영 체험을 선사하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여기에 매해 주 상영관 중 하나로 사랑받아온 알펜시아 시네마와 평소 공연장으로 활용되는 알펜시아 콘서트홀 역시 상영관으로 조성됐다. 올해부터는 영화제 내 기술팀 인력을 따로 구성, 상영관 조성을 철저히 준비한 덕에 올해는 대부분의 대안 상영관 상영이 안정적으로 진행됐다고 평가받았다.

경쟁 프로그램과 피칭 프로젝트 진행

영화제 경쟁은 영화제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부문. 지난해 12월부터 공모한 한국단편경쟁 출품작은 총 606편으로, 이중 예심을 거쳐 14편을 선정, 영화제 기간 상영됐다. 국제장편경쟁에는 9편의 영화가 선정됐으며, 평화라는 주제를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한 신작들로 구성됐다. 지난 4월 진행된 피칭 공모에서 선정된 총 10편의 예심 선정작을 대상으로 진행한 피칭 프로젝트 워크샵도 진행됐다. 문성근 이사장은 “피칭 프로젝트는 사회 곳곳의 문제들을 생각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을 고민하고 가치 있는 답을 찾아가는 길 위에 있다”며 “어려운 시기지만 여러분들의 이야기가 작품으로 완성되어 세상에 소개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경쟁 부문 수상작과 피칭 프로젝트 수상작은 6월 22일 오후 4시에 진행되는 시상식에서 공개된다.

전시와 공연, 그리고 야외 상영

포테이토클럽하우스에서는 이색 전시들이 펼쳐졌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서정성을 대표하는 안재훈 감독 스튜디오 전시 ‘연필로 명상하기 안재훈 감독전’과 유럽 사진작가의 시선으로 경계를 넘어온 사람들을 담아낸 ‘UNPERSON 팀 프랑코 사진전’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전시와 연계된 다양한 굿즈와 이벤트도 마련돼 시선을 사로잡았다. 영화제의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야외 상영도 곳곳에서 진행됐다. 평창군문화예술재단과 영화제가 함께 준비한 평창바위공원과 진부면민체육공원 야외 상영은 평창의 자연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힐링의 시간으로 진행됐다. 123개의 다양한 기암괴석을 테마로 한 평창바위공원에서는 영화 <숀더쉽> 상영 전 신작로 밴드와 뮤작의 피아노 4중주 공연을 선보여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으며 진부면민체육공원에서는 리코디스크 최선진과 예맥 앙상블, 영화 <빌리 엘리어트> 상영이 이어졌다. 올림픽메달플라자에서도 <송해 1927>, <빌리 엘리어트>, <숀더쉽>, <키드> 등 매일 밤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됐다. 상영 전에는 춘천마임축제 제작 공연 ‘슈트맨’과 ‘상자루’, ‘BLSG(밴드분리수거), 첼로가야금 등의 매력적인 공연들이 펼쳐졌고 매일 올림픽메달플라자 공연 무대에서 13팀의 팔로우P 버스킹 공연이 이어졌다.

강원 지역과 연계한 프로그램

강원 지역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선보였다. 강원도 홍천군 노천 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한 평화 아카데미는 ‘공존과 유대’를 주제로 진행됐다. 올해는 평화와 환경, 감각 세가지 프로그램으로 빠띠와 춘천마임축제, 알맹상점과 함께 했다. 노천초등학교 6학년 김효혜 학생은 “코로나 이후 외부에서 활동한 적은 처음”이라며 “너무나 즐거웠고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강원독립영화협회와 함께한 강원시네마워크샵도 진행됐다. 강원 영상 문화 발전과 도내 영화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진행을 맡은 김진유 감독은 “서로의 작품을 확인하고 각 지역의 영화 환경을 공유하며 교류할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다”며 “지역 영화인들이 함께 모여 강원 지역 생태계를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 영화제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영화제 기간, 평창군문화예술재단과 업무 협약도 진행됐다. 올해 영화제와 함께 야외 상영을 함께 진행했던 평창군문화예술재단은 향후 영화제와 함께 다양한 사회 문화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다채로운 굿즈와 다양한 이벤트

올해 사랑받은 프로그램 중 하나는 2021피프워크ON. 영화제가 열리는 횡계리 대관령 피프길을 비롯해 아름다운 평창 평화길과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힐링할 수 있는 길이 조성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권 스타일의 스탬프 북에 평범이 스탬프를 가득 모을 수 있는 스탬프 투어가 진행됐으며 대관령면 곳곳의 로컬 파트너 상점들과 함께했다. 어린이 관객들을 위한 그린 디자이너 윤호섭 작가의 티셔츠 드로잉 이벤트도 큰 사랑을 받았으며 패브릭 DIY, 캐리커쳐 이벤트, 치즈박스 등 다양한 이벤트가 올림픽메달플라자에서 펼쳐졌다. 평창군을 비롯해 언어∙문화 NGO bbb 코리아와 지난해 11월 출범한 강원도관광재단, 강원 지역 문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로컬 크리에이터 춘천일기가 함께한 프로모션 부스도 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선사했다.

올해 영화제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것은 단연 굿즈였다. 강원도 로컬 크리에이터 춘천일기가 협업해 선보인 굿즈는 영화제 아이덴티티는 물론 평창 메밀꽃을 주제로 마련됐다. 지난해 강원 지역의 특색을 담아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감자 굿즈에 이어 올해는 메밀꽃을 테마로 한 ‘꽃님달님’ 키링, 핀 뱃지 등을 선보였다. 올해 영화제 공식 캐릭터로 선정된 평범하지 않은 아기 호랑이 평범이 이미지를 담아낸 ‘나, 평범이 스티커’도 함께 공개됐다. 2021 영화제의 다양한 공식 굿즈는 온라인 굿즈샵(http://www.pipff.shop)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더 철저해진 방역 시스템

지난해 오프라인으로 안전하게 영화제를 치러내며 주목받았던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올해 현 방역 단계에 맞는 보다 세분화된 방역 매뉴얼을 마련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상황은 계속되기에 이번 영화제의 가장 큰 화두 역시 단연 철저한 방역이었다. 영화제의 모든 공간은 정부와 지자체, 질병관리본부 방역 매뉴얼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가운데 운영됐으며, 상영관들은 거리두기를 반영해 적은 인원만 입장할 수 있는 좌석으로 조성됐다. 실내외 상영관을 비롯한 모든 행사 공간에 클린강원 패스포트 및 안심콜 전화 서비스를 설치해 영화제를 찾은 전체 관객과 게스트, 관계자 등에 대한 철저한 출입 관리를 실시했으며, 올해는 ADT 캡스 클린케어에서 영화제 전체 방역을 후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