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박순애 교육부장관 후보자 지명은 철회되어야 한다.
(논평) 박순애 교육부장관 후보자 지명은 철회되어야 한다.
  • 엔사이드편집국
  • 승인 202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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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대 의원
박찬대 의원

차관에 이어 장관까지 ‘비교육’ 전문가로 채우려는 윤석열 정부는 21세기 교육을 포기하겠다는 것인가?

5월 3일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지 23일만에 윤석열 대통령은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코로나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 교사는 지난 2년을 힘겹게 지냈다. 하루 빨리 교육현장을 정상화시켜 교육격차를 회복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육수장 공백이 길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두 번째 교육부장관 후보자 지명은 과연 이런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게 한다. 대한민국 교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비교육자를 차관에 이어 장관까지 임명하겠다는 심사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상상을 초월하는 ‘불공정’과 ‘불통’이 만천하에 드러남으로써 교육수장으로 아이들 앞에 서기엔 부끄러운 수준이었던 김인철 후보자의 낙마 이후 윤 대통령은 심기일전하는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 교육계와 소통하며, 위기에 처한 우리 교육을 끌고 나갈 적임자를 물색했어야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대통령 교육비서관과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에 박근혜 정부 국정교과서 실행에 앞장서 온갖 위법과 편법을 자행한 이들을 임명했다. 이들은 징계 대상자로 확정되었음에도 각각 징계시효 도과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징계처분이 미루어졌을 뿐이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 교육부 최고 책임자인 장관, 차관, 기조실장, 교육비서관 모두 교육 비 전문가이거나 징계 처분 대상자로 임명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미래역량을 갖출 교육 대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과연 이들에게 대한민국 교육을 맡길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대선에서 교육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우려를 자아냈다. 교육공약은 역대 어느 대선후보보다 빈약하기 이를데 없었다. 유튜브 방송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운영 중인 과학고와 예술고가 필요하다고 얘기해 실소를 자아냈으며, 코딩교육을 강조한 나머지 대학입시에 국영수 이상으로 배점을 두겠다는 엉뚱한 약속을 하기도 했다.

TV토론에서는 “남아도는 지방교육재정으로 보육을 책임지겠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법률로 유·초·중등 및 특수교육 등 교육기관에 사용하도록 규정된 지방교육재정을 돌려쓰게 될 경우 기본적 교육 여건이 크게 악화됐던 박근혜 정부 시절 누리과정 사태 교훈을 아예 모르는 눈치였다.

5월 초, 인수위가 발표한 교육 분야 인수위 국정과제를 보면 과연 윤 정부가 교육 문제를 풀고,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영유아 대상 하루 세끼 친환경 무상급식 제공’, ‘10개 학문분야에 대한 집중 육성’, ‘로스쿨 학비 부담 완화’ 등은 국정과제에서 아예 빼버렸고, 대입제도 개편, 교육사각지대 해소 등과 관련한 공약은 크게 후퇴하여 모호하게 기술하는데 그쳤다. 반면, 공약에는 없었던 ‘고교학점제 및 고교체제 개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지역대학까지 지원 확대’ 등 논란이 예상돼 공약에는 빼놓았던 내용은 슬그머니 국정과제에 끼워넣었다.

상황이 이렇기에 박순애 장관 후보자 지명이 더욱 위태롭게 느껴진다. 공직기간 대부분을 국무조정실에서만 근무했던 공무원을 차관으로 임명하더니 장관도 짧은 기간 교육부 정책 자문위원 경력밖에 없는 타 분야 관계자를 지명한 것이다.

교육부장관은 단지 부처의 행정만 총괄하는 사람이 아니다. 17개 시·도교육청과 180여개 교육지원청, 2만여개 유·초·중·고등학교와 350여개 대학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6백만 유·초·중·고 학생과 250만 대학생을 둘러싼 각종 교육제도와 수많은 교육가족의 이해관계를 살피고 고민해야 한다. 대통령과 장·차관이 교육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한 경험이 없는 대한민국 교육이 순항할지 걱정부터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08년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은 초대 교육과학기술부장관으로 서울대 공대 학장을 지낸 김도연 교수를 임명했으나 6개월만에 물러났고, 한국외대 행정학과 교수 출신의 안병만 장관이 뒤를 이었다. 교육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이렇다할 경력이 없던 두 장관은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의 엄중함을 망각한 채 ‘학교자율화’, ‘대입자율화’만 반복한 결과 초래되었던 일반고 황폐화와 대학입시 대란의 파장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차관에 이어 장관까지 ‘비교육’ 전문가로 채우려는 윤석열 정부는 21세기 교육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교육을 망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지 않으려면, 비교육전문가인 박순애 교육부장관 지명자의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