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3기로 시작해, 농업 스타트업 CEO가 되다
유방암3기로 시작해, 농업 스타트업 CEO가 되다
  • 국제전문기자CB(특별취재반) 김지성 기자
  • 승인 2018-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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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학, 교육학, 홈쇼핑 기획자, 뮤지컬 기획자, 논술학원강사. 농업과는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단어들과 함께 사회생활을 했다. 남들은 힘들다고 하지만, 보람 가득한 일이었고, 후회하지 않았다. 스트레스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성취에 즐거웠다. 사회생활에 찌들어, 떠밀려 농사를 시작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삶을 바꾼 사건은 다른 곳에서 찾아왔다. 2015년 5월, 유방암 3기 판정이었다.

“멘붕이 왔어요, 모든 게 망가졌으니까요.”

말 그대로 모든 게 무너졌다. 결국 모든 활동을 접고, 곧바로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30여년 간의 경찰생활을 마무리하고 귀농한 아버지 이성억씨는 딸을 낫게 할 모든 방법을 찾아다녔다. 수소문 끝에 한 가지 음식을 찾아냈다. 예로부터 항암에 좋다고 소문난 노루궁뎅이 버섯이었다. 찾아보니 실제로 몸의 면역력을 높이는 베타글루칸 성분이 많이 들어있어 항암치료로 약해진 딸의 면역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게다가 그는 버섯재배사 자격증을 가지고 시험삼아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었던 터였다. 아픈 딸에게 먹일 노루궁뎅이버섯을 직접 재배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농장의 모든 시설을 노루궁뎅이버섯에 맞춰 다시 시작했다. 다행히 노루궁뎅이버섯은 잘 자라주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항암치료를 받다보니 입맛이 없어져 아무리 좋은 음식도 먹을 수 없었죠.”

항암치료를 받던 이 대표가 음식을 먹기 힘들어 했기 때문이었다. 6개월간 8번의 항암치료를 받는 고강도의 일정을 보냈던 터라 몸도 마음도 망가져 있었다. 자연스럽게 입맛도 점점 사라졌다. 때문에 항암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노루궁뎅이버섯을 아무리 맛있게 요리해도 이 대표는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암환자들처럼 항암치료와 함께 찾아온 변비와 복통 때문에 큰 고통을 겪고 있었다.

보다 못한 아버지는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노루궁뎅이버섯을 쉽게 섭취하고, 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자신이 직접 만든 천연효모로 발효시켜보았다. 발효사 자격증이 있었던 덕분이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하지만 쓰고 떫은맛이 남아있어 아사이베리, 사과, 양파 등의 천연재료를 첨가해 맛을 개선시켰다. 노루궁뎅이버섯의 부족한 영양 성분을 다른 재료가 채워주는 것은 덤이었다. 아버지가 만든 노력의 결과로 이 대표는 발효시킨 노루궁뎅이버섯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아버지가 만든 발효 노루궁뎅이버섯을 먹으면서 고된 항암치료를 이겨냈다. 그 간절함이 닿았을까, 몸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한 이 대표는 위장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지인들에게 발효 노루궁뎅이버섯을 권했다. 변비해소에 분명히 도움이 되고 맛도 괜찮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주변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자 제품화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사의 길목을 넘나드는 경험을 겪고나니,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제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모두가 건강했으면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정말 사업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사실 버섯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하지만 차근차근 시작했다. 동사무소 전단지를 보고 창업교육에 참여하고, 스스로 버섯 서적을 들여다보며 버섯을 연구했다. 시장조사도 시작했다. 회복 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치기 일쑤였다. 그러나 몸은 지쳐도 마음은 뜨거웠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 제품의 기획과 상품을 디자인했고, 완벽한 배합 비율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 재료를 찾아 헤맸다. 그렇게 2017년 출시한 제품이 ‘싹싹발효노루궁뎅이버섯’이다. 몸속의 숙변 염증 등을 ‘싹싹’ 청소해준다는 의미가 담겼다.

하지만 이 대표는 막막했다. 제품은 완성되었지만 팔 길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제일 큰 문제는 홍보였다. 2~3억원의 비용이 드는 건강기능식품인증을 받기에는 자금이 부족했다. 때문에 아무리 주변에서 효과를 봤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효능을 홍보할 수 없었다. 지인 판매도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농협미래지원센터에서 개최하는 ‘농식품아이디어(TED) 경연대회’를 알게 됐다.

“절실했어요. 하지만 오히려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모든 걸 쏟아 부었다. 사업계획서 작성부터 PPT 발표까지, 농업과 아무 관련 없어 보이던 그의 지난 경력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 몰랐다. 결과는 우수상 수상. 기존 시장에 없는 버섯관련 과립형 제품이라는 점과, 이 대표가 가진 스토리텔링이 신뢰와 차별성을 가져온다는 평가를 받았다. 농협의 추천으로 와디즈와 함께한 농식품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에 참여해 목표금액의 420%를 달성하기도 했다. 95명의 후원자로부터 840만2100원의 펀딩을 유치한 성과였다. 이러한 결실은 각종 지원사업 선정으로 이어졌다.

지원사업을 바탕으로 농장시설을 개선해 생산량을 늘리고 제품 라인을 확대했다. 현재는 8가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포장을 리뉴얼해 선물용으로도 구매하기 쉽도록 디자인요소를 더 강화했다. 식구도 늘었다. 직원 한 명과 인턴 한 명과 함께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남아의 건강식품 인기와 더불어 노루궁뎅이버섯 수출 제안도 받았다. 앞으로는 제품판매와 더불어 체험농장을 운영해 오프라인 서비스도 확대할 예정이다.

도움농장 이현선 대표는 “사실 아직 매출성과가 눈에 띄지는 않아요, 하지만 암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의 문의가 점점 늘고 있어요. 저희 도움농장이 도움이 되고 있다는 거죠. 본래 목표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말했다.

아프고 힘든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그날까지, 도움농장 이현선 대표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