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병 극심 확산 지역 현장 보고, 급속히 번지는 붉은 소나무
소나무재선충병 극심 확산 지역 현장 보고, 급속히 번지는 붉은 소나무
  • 국제전문기자CB(특별취재반) 김지성 기자
  • 승인 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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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 경주 밀양 대구 등 11개 시군 소나무재선충 극심 확산

- 방제 역부족 무기력감 팽배, 포기 상황 접어들어

 

1. 급속히 번지는 붉은 소나무

소나무재선충병이 영남지역의 산림을 뒤덮고 있다. 극심 지역의 감염 확산세는 방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영남의 포항시·경주시·울산시·밀양시·김해시·   대구시·성주군·고령군·칠곡군·구미시·안동시 등 11개 시군은 심각한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이 중에서 포항시·밀양시·경주시 등은 방제가 불가능한 상황에 접어들었다. 2024년 3월 25일 기준 포항 경주 밀양 대구 안동 성주 고령 등은 소나무재선충의 확산을 막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밀양 상남면 극심 지역
밀양 상남면 극심 지역

정부가 지정 고시한 소나무재선충병 특별방제구역인 포항·밀양·고령·성주·안동, 그리고 대구 달서군 이외에 울산시·김해시·칠곡군·구미시 등도 올해 하반기에는 특별방제구역의 극심 상황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울산 김해 등의 4개 시군도 현장의 상황은 방제가 역부족인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2024년 봄 소나무재선충병 감염의 확산은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소나무재선충병은 1988년 부산에 유입됐다. 1차 확산인 2006년~2007년과 2차 확산이었던 2014년~2015년에는 정부·지자체·전문가·지역사회가 협력하여 노력하면 완화하거나 저감할 수 있다는 의지와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영남권의 11개 시군은 소나무재선충병 감염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퍼져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더 이상 소나무재선충 확산의 기세를 꺾거나 확산을 차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녹색연합은 2015년 1월 2차 재선충병 대확산시기에 <소나무가 사라지고 있다- 소나무 재선충 피해 현황> 보고를 통해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소나무재선충병의 피해 상황을 알리고 대책을 촉구했다. 2022년 9월에는 <소나무 재선충병 전국확산>보고를 통해 재선충이 전국적으로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 대한 경고를 울렸다. 2024년 현재 나타나고 있는 상황을 막기위해 현장 실태를 알린 것이다. 그러나 이번 보고는 2015년과 2022년 과는 또 다른 차원이다. 영남지방의 11개 시군의 극심 지역은 소나무재선충병이 막을 수 없는 기세로 퍼져가고, 일선 방제 당국은 무기력감 속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2. 극심 지역 감염 실태

2-1 포항·경주·울산 재선충 감염벨트

소나무재선충병이 경북의 동해안 벨트와 낙동강 벨트를 따라 확산하고 있다. 포항 남구부터 동해면, 호미곶면, 구룡포읍, 장기면, 경주 감포읍까지 경북 동해안을 따라서 재선충병은 거대한 감염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31번 국도를 따라 포항부터 경주까지 동해안의 산지 곳곳 마을과 관광시설, 근린시설 주변까지 감염 지대가 나타나고 있다. 포항, 경주의 동해안 감염 벨트는 약 25,000ha 면적에 걸쳐서 퍼져 있다.

극심 지역 감염 실태
극심 지역 감염 실태

경주에서는 재선충병이 감포를 중심으로 문무대왕면과 외동읍을 포함하여 보문단지 일대까지 확산됐디. 경주에서만 감염지대가 약 7,000~8,000ha까지 퍼져 있고, 감염 본수는 추정할 수 없다. 포항시와 경주시에서 정밀 조사를 시행한 적 없다. 앞으로 본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좀 더 정밀한 깊이 있는 감염 지대의 면적과 감염 본수의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

동해안 재선충 감염 벨트는 방제 불능의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재선충 감염 지대가 길고 넓게 퍼져 기존 방법으로 방제를 해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포항 동해면, 구룡포읍, 장기면 등에서 감염 지대로 들어가 보면 작년까지 방제를 진행한 훈증 더미가 곳곳에 있다. 하지만 워낙 넓게 펴져 있는 상태라 현재는 방제를 하지 않고 있다. 포항과 경주는 재선충에 의한 피해 본 수와 피해 면적을 제대로 조사를 하기 힘들 정도다. 감염목이 광범하게 퍼졌고 숲속 구석구석까지 감염목이 퍼져 있다. 감염된 소나무가 단풍 든 것처럼 붉게 갈변된 것뿐만 아니라 방제를 못 하여 6개월 이상 방치된 고사목도 보인다. 22년까지는 포항 호미곶 일대에서만 고사목이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포항 남구부터 경주 감포읍까지 동해안 감염벨트 전역에서 고사목이 쉽게 관찰된다. 오랜 기간 방제를 못 했다는 증거다. 

포항 호미곶 극심 지역의 방제 불능 상태 현장
포항 호미곶 극심 지역의 방제 불능 상태 현장

포항은 도시 전체로 소나무재선충병이 퍼져 있다. 포항은 북구 칠포 해변부터 장기면, 경주 인접까지 도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보이는 대부분의 산림에서 재선충 감염목이 보일 정도다. 앞으로 포항에서 소나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현실로 접어들고 있다. 포항은 2015년 재선충 2차 확산 때도 감염이 가장 활발한 도시였다. 하지만 지금은 방제가 더 이상 의미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포항시 호미곶면 대보리 골짜기 안으로 들어가면 손을 쓰지 못하고 1년 이상 방치한 고사목이 즐비하다. 포항의 호미곶에서 구룡포읍을 거쳐 장기면까지 퍼진 소나무재선충은 경주시 감포읍에서 폭증하듯이 퍼져 있다. 경주 감포 오류고아라 해변에서 보이는 모든 산림은 가을 단풍이 절정인 숲처럼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이 퍼져 있다. 능선과 사면을 따라서 사방으로 번져 있다. 국도와 마을 민가 어디에서나 감염되어 죽어가는 소나무가 보인다. 

경주 감포읍은 재선충병이 감포항 뒤쪽 산 전체로 퍼져 있다. 포항에서 경주로 연결되는 산림지역은 대부분 재선충이 들어와 있다. 감염 벨트의 산림지역은 재선충병이 50%~70%까지 퍼져 있으며, 80% 이상 퍼져 있는 곳도 있다

경주도 포항처럼 방제가 불가능한 상황에 접어들었다. 재선충병 감염목은 세계유산이자 국립공원인 남산지구와 토함산 불국사 지구까지 맹렬한 기세로 퍼지고 있다. 극심지역인 감포 오류리 산림과 경주 국립공원 토함산지구는 9km 떨어져 있다. 동해고속도로 동경주IC 주변은 달리는 차 안에서도 재선충 감염목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경주 국립공원이 극심지역으로 변해가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경주의 문화유산 주변은 대부분 소나무림으로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재선충의 확산을 막지 못해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불국사 주변의 소나무 숲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숙제가 남은 상황이다. 

포항 경주의 감염 벨트가 울산광역시 북구와 울주군까지 확산하였다. 경주시 외동읍의 극심 감염지대가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과 북구의 소나무 숲까지 확대되고 있다. 동해고속도로 남경주IC부터 울주 범서IC를 지나서 울산 시내까지 고속도로에서도 재선충이 감염목이 관찰된다. 

안타까운 것은 이번 23~24년 겨울 방제 시기에 확산세를 차단하지 못한 점이다. 울산광역시가 이번 3월까지 가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산과 인력을 전면 투입했다면 양상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3월 25일 기준으로 포항 경주의 감염벨트가 울산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올 하반기부터 울산시도 포항과 경주와 같은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울산은 광역시인 대도시다. 소나무 숲이 시민들의 일상과 연결성이 높은 곳이다. 그러나 소나무가 사라지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울산이 골든타임에 방제를 집중하지 못한 것은 뼈아프다. 울산시와 울주군 북구 등의 소나무재선충병에 대한 근본적 인식 전환과 대응 전략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 포항도 경주도 중요한 분기점에서 전력투구를 하지 못해 지금과 같은 재선충 감염 통제 불능 상태로 접어들었다는 것은 울산에 시사점이 크다. 

2-2 밀양 김해 감염벨트

밀양은 도시 전체가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으로 덮여 가고 있다. 밀양시내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재선충 감염지대가 확산하였다. 밀양시 부북면·상동면·삼랑진읍·상남면 등의 극심 확산 지역은 붉은 소나무 지대로 변해 있다.  

북쪽의 상동면부터 동쪽의 산외면 도심과 가까운 부북면 남쪽의 삼랑진읍과 상남면 그리고 서쪽의 무안면까지 시 전체의 산림 구석구석까지 감염목이 퍼져 있다. 약 10,000ha가량 감염 지대가 형성되어 있다. 극심지역은 차량 이동 과정에서도 붉게 타들어 가는 재선충 감염목을 발견할 수 있으며, 마을 뒷산 중에는 70~80% 가량 감염 지대가 된 곳도 있다. 

밀양 삼랑진읍 극심 지역
밀양 삼랑진읍 극심 지역

밀양은 2022년 전후부터 강한 위험 경고가 켜졌다. 하지만 밀양시도 경상남도도 소나무재선충병을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통제 불능에 가까워진 상황이 오고 있었음에도 방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현장을 담당하는 시군과 시도의 근본적인 인식과 전략부재를 고민하게 된다.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확산을 저지하는 것은 상당한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다. 골든 타임으로 판단되는 상황을 놓치면 감염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기 때문에 그 전에 전면적인 전략과 세부의 실행 계획을 마련하고 행정력과 예산이 집중되어야 한다.

2022년 여름과 가을,  밀양시와 경상남도가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확산의 위험성과 대응의 긴박함에 따라 전면적인 방제 행정 역량의 투입을 시민들과 도민들에게 알리고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예산과 인력을 총동원 하는 대응을 했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밀양시와 경상남도는 상황의 심각함과 엄중함을 정확하게 알리지 않았으며, 상황을 파악하지 않았다. 시의회와 도의회도 정확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 

극심 지역의 감염 확산에서 뼈아픈 것은 예찰과 조사의 미흡함이다. 방제의 기초가 되는 예찰과 실태 조사의 방법과 절차가 엉성하고 정밀함이 떨어진다. 현재 상황은 2015년부터 이어져온 것이다. 2022년이 정점에도 해당 시군에서는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 정확한 피해 면적을 바탕으로 피해 본수 조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곳은 없었다. 방제를 시행하는 곳을 중심으로 예찰을 시행했을 뿐 해당 시군 전체의 실태 파악을 위한 정밀 예찰 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밀양의 극심 지역에 기존 방법으로 방제하는 것은 효과는 없고, 예산만 집행하는 꼴이다. 감염 확산이 너무 광범위하고 구석구석 깊이 퍼져서 방제라는 개념이 무색한 실정이다.

밀양의 감염 지대는 낙동강 건너 남쪽 도시인 김해시로 번져 갔다. 밀양시 삼랑진읍과 연접한 김해시 생림면과 상동면까지 감염 벨트가 넓어졌다. 김해시도 이번 방제 시기였던 2023년~2024년 겨울 확산세를 누그러트리지 못했고, 밀양부터 김해까지 경남의 거대한 재선충 감염 벨트가 형성됐다. 

김해 생림면 생림리 재선충 극심 지역, 밀양의 감염지대가 낙동강 남쪽 김해까지 확산
김해 생림면 생림리 재선충 극심 지역, 밀양의 감염지대가 낙동강 남쪽 김해까지 확산

밀양의 감염 벨트는 소나무의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재선충이 확산하였을 때 어느 정도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지금 밀양의 부북·상동·삼랑진·상남 등의 마을 뒷산에는 붉은 소나무가 계속해서 퍼져 가고 있다.

 2-3 낙동강 감염 벨트

낙동강벨트의 감염 상황도 통제 불능으로 접어들고 있다. 대구광역시 달성군을 비롯하여 낙동강 건너 성주군·고령군 등이 극심 단계로 접어들었다. 여기에 더해 칠곡군과 구미시까지 광범위하게 퍼져가고 있다. 

대구 달성군 다사읍의 대구 지하철 2호선이 지나가는 부곡리는 온통 감염목 천지다. 상수도 정수장이 있는 이천리 일대도 사방으로 감염목이 퍼져 있다. 문제는 달성군 다사읍에서 낙동강을 건너 경북 성주군 선남면도 대구 달성과 같이 폭증하는 재선충 감염지대라는 사실이다. 성주군과 붙어 있는 고령군 다산면도 감염지대화 되어 있다. 다산면 월성리 감염지대에서도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방치된 고사목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극심 지역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극심 지역

3월 20일 기준 대구 달성군을 비롯하여 낙동강을 끼고 있는 성주 고령 칠곡 구미까지 낙동강 감염 벨트가 확산되고 있다. 칠곡군 칠곡경찰서 맞은편 국도 4호선 관호리 모텔과 기도원 뒷산의 극심 감염 지대 산자락 두 곳의 붉은 소나무를 모두 베어 버렸다. 

대구를 비롯하여 구미까지 낙동강 재선충 감염 벨트도 포항 경주와 밀양처럼 방제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정부가 고시한 이번 연도 방제 기간은 3월 말까지다. 그러나 대구 달성과 경북 성주·고령·칠곡·구미에서는 방제를 거의 손 놓은 듯 붉은 소나무가 고속도로와 국도 곳곳에서 목격된다. 대구는 재정 여건이 어려운 시도는 아님에도 재선충 방제 예산을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고 있다. 

칠곡군 약목면 관호리 국도4호선에서 퍼져 가는 재선충 감염목
칠곡군 약목면 관호리 국도4호선에서 퍼져 가는 재선충 감염목

2-4 안동 감염 벨트

안동의 재선충병 감염지대는 임하면 예안면 와룡면 임동면 등으로 펼쳐지고 있다.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와 임하호 사이의 산림지대는 2020년부터 부분적인 방제를 했으나 역부족인 상황이다. 임하면은 금소리처럼 마을 뒷산 곳곳에서 감염 극심이 나타나고 있다. 

안동시 임하면 재선충 감염목
안동시 임하면 재선충 감염목

손을 쓰기가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든 안동의 재선충병 감염 지대는 9,000~12,00ha 가량 추정된다. 안동의 극심 지역은 국내 최고의 금강소나무숲인 봉화 울진 영양으로 퍼져가고 있다. 봉화는 일부 감염 영향을 받고 있다. 안동의 극심 지역의 이대로 두면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의 핵심 소나무보호림을 위협할 것이다.

안동의 감염지대 외곽의 청정지역이나 준청정지역에 재선충 방제 선단지 개념을 도입하고 봉화 울진 영양 등의 금강소나무 보호구역과 보호림을 지키기 위한 특별방제전략 및 방제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시군, 시도를 포괄하여 종합적이고 정밀한 금강소나무 보전 계획을 세우고 방어가 시급하다. 2022년 산불로부터 지켰던 울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 소나무재선충병의 감염확산으로 위협받을 수도 있다. 지금 즉시 전면적이고 종합적인 금강소나무 재선충 방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3. 재선충 국내외 동향

3-1 기본 현황

소나무재선충병은 북미에서 발원했으며, 일본, 중국, 한국과 더불어 유럽 역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북미가 원산지이지만 북미지역 소나무는 재선충병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 심각한 해충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동아시아에서는 1905년 규슈섬 나가사키에서 관찰된 대규모 소나무 고사로 인해 처음 기록되었으며, 중국에서는 1982년 난징, 한국에서는 1988년 부산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일본의 경우 최초 발생 이후 훗카이도 일부 추운 지역을 제외한 국토 전역으로 퍼졌다. 1980년도에 피해량이 최고에 달했으며, 연간 200만 제곱미터 이상 고사가 발생했다. 현재도 매년 50만 제곱미터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일본은 이로 인해 전체 수목 중 소나무 잔존율이 5% 내외로 감소했다.

소나무재선충은 47종의 소나무속과 14종의 비소나무속을 감염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시행되는 질병 예방법은 주로 질병 검역, 전염병 모니터링, 감염 나무 박멸, 매개 곤충 통제, 백신 주입에 의존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숙주 저항성 육종 개발이 시도되었지만 상업적인 적용은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과 중국에서는 재선충 방제를 위해 매개충인 하늘소에게 치명적인 곰팡이균을 이용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백강병균(Beauveria bassiana)이 담긴 밴드를 감염된 소나무에 감싸고 하늘소 성충이 밴드를 이용하도록 유인하는 방제전략을 시행한 바 있다. 하늘소가 곰팡이 감염으로 인해 사망하기까지는 10~15일이 걸리지만, 감염된 기간 동안 거의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나무로 전파되는 것을 막고 개체수를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하기도 했다.

일본은 100년 동안 소나무재선충병과 싸웠지만 실패로 끝났다. 1920년대부터 소나무재선충병의 심각함을 인식하고 전쟁 이후 1970년대까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하는 주요 방제 방법은 일본에서 도입하거나 차용한 것이 많다. 연구도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소나무재선충병의 적응력이 좋은 소나무 수종 개발이나 치료약 개발 등에 대한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2024년 3월 현재 주요 문화유산 소나무숲과 해안방재림 그리고 국가지정 보호소나무림을 제외하고는 방제를 하지 않고 있다. 일본 임야청 산림총합연구소와 교토대학 등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많은 연구와 실험 등의 기술 개발을 시도했으나 국가적인 방제는 성공하지 못했다.

3-2 국내 현황

한국에서는 1988년 최초 발생 이후 산림청에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을 마련하고 방제에 총력을 기울여왔으며, 주 방제법은 감염목과 고사목 베어내기, 수간주사와 약제살포 같은 물리, 화학적 방제이다. 국내 소나무 수목 중 곰솔, 잣나무, 소나무, 섬잣나무 순으로 재선충 감염에 취약하며 리기테다소나무, 스트로브잣나무는 비교적 높은 저항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생물학적 방제법을 검토하기도 했다.국립수목원은 국립산림과학원과 함께 매개충인 하늘소의 천적을 활용한 생물학적 방제법을 개발하는 시도를 했다. 2016년부터 시작된 연구를 통해 가시고치벌과 넙적머리푸른고치벌이 하늘소에 높은 기생률을 보임을 발견했고 2022년 처음으로 실내 사육에 성공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도입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4. 대책

4-1 소나무숲의 종말

현재 상황은 2021년부터 시작된 위기를 2022년의 중요한 시기를 놓친 결과로 보인다. 여름부터 퍼져나간 감염을 통제하지 못한 결과다. 22년 9월 '경북 동해안 포항 경주를 비롯 대구 성주 안동 등의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이 심각하다'는 보고와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경상북도와 경상남도 그리고 대구광역시 등 해당 시도와 시군은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을 하지 않았다. 정확한 예찰 조사도 하지 않았고 기존의 관성적인 방제만 집행했다. 22년 이후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시군은 소나무재선충병의 조사, 즉 예찰을 정확하고 치밀하게 전개하지 못했다. 현장에서 병증이 얼마나 퍼져 가고 있는지 가늠하지 못하는 사이 재선충병이 폭증하듯 퍼져 나갔다.

2024년 봄을 지나면 경북 포항·경주·성주·고령·안동과 경남 밀양 그리고 대구 달성 등에서는 소나무 숲의 종말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4-2 기후변화와 병해충

기후변화로 재선충의 매개충인 하늘소가 서식하기 좋은 조건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월평균 최저기온과 최고기온의 상승에 따라 하늘소 잠재 서식지가 점차 북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륙보다 해안지역이 서식지 적합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제주, 부산, 광주, 울산 순으로 높음을 확인했다. 2050년대에는 인천과 충청도의 서식지 적합성이 2배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까지 제기된다.

기후변화로 산림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는 현실이다. 지리산, 한라산 등의 아고산대에서 구상나무가 집단고사하는 것을 비롯하여 울진삼척에서는 금강소나무가 기후스트레스로 고사하고 있다. 온난화와 전반적인 봄가을 여름 온도의 상승과 불규칙적인 기상 변화로 한반도에서 곤충의 서식과 생존에 변화가 오고 있다. 여기에 병해충의 확산도 무시살 수 없다. 소나무재선충병을 비롯하여 주요 침엽수를 위협하는 병해충에 대하여 정밀하고 종합적인 관칠과 기록 그리고 현황 파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기후변화는 그 시작을 알아채기 어려워도 과정은 급격한 충격과 재해재난을 가져온다. 소나무재선충의 확산을 비롯하여 각종 산림 병해충의 확산을 기후변화 차원에서 정밀 모니터링하고 추이를 살펴야 한다. 그 바탕으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기초와 기본 방향을 잡을 수 있다.

4-3 기존 방법 이외의 대안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확산이 심각한 시군은 ‘소나무 숲이 사라진 다음의 숲’까지 대책을 고민해야 상황에 직면했다. 붉은 소나무는 회색 소나무를 거쳐서 하얀 소나무로 변해 갈 것이다. 감염목이 집단적으로 발생한 곳에서는 산림황폐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현재 감염 지대는 정부가 추정하는 특별방제구역보다 약 2배 이상 넓어 보인다. 울산시·김해시·칠곡군·구미시 등에서 관찰되는 감염지대까지 포함하고 이번 시즌에 확산한 면적까지 포함하면 무리한 추정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현재 포항·경주·밀양을 비롯한 11개 극심 지역은 기존 방제 방법으로 소나무재선충병을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앞으로 재선충 감염 지대의 산림이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예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자연은 스스로가 변해가는 속도보다 더 빠른 변화에 직면하게 되면 자연환경 전반에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상황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재선충 감염 확산은 소나무 숲을 중심으로 한 산림생태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감염 지대가 넓고, 감염 속도가 빠를 경우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재난 재해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 점에 대해서 정부와 시도 시군 그리고 지역사회  변화를 촘촘히 관측하고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먼저 극심 지역의 붉은 소나무가 집단 고사목으로 변해가는 현장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기존의 임업적 대응 방식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대비할 수 없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산림생태계에서 나타난 재해재난이다. 온난화에 의해 북방수염하늘소와 솔수염하늘소의 개체수가 증가하고 활동 범위가 넓어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산림생태계 변화를 정밀한 시선으로 살피는 거시적 차원에서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감염목의 확대로 인한 산림황폐화를 대비 해야 할 것이다. 감염목을 벌채하여 없애는 단선적인 방법은 한계와 여러 문제점을 낳을 수도 있다. 아울러 지역주민과 지역사회의 논란과 진통도 나타날 수도 있다.

먼저 해당 시군에서 정확한 상황 파악을 전제로 지자체와 시민들이 어렵고 힘든 재선충 감염 실태를 직시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미래 상황에 대한 진단과 선택도 가능할 것이다. 무엇보다 극심 지역 시군은 지역주민들에게 해당 시민들에게 정확한 상황과 실태에 대한 보고와 설명이 필요하다.

포항시·경주시·밀양시 등은 시민들에게 ‘우리 지역의 소나무는 이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밝히고 시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차원에서 앞으로 대책에 대해서 함께 고민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 방제를 못 한 것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지역전체로 번져갈 소나무재선충이 산림을 어떻게 황폐화 시킬 수 있는지, 대비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재선충 방제의 어려움부터 어떤 과정에서 지금의 상황이 비롯되었는지 밝혀야 한다.

무엇보다 앞으로 소나무 숲을 어떻게 보전하고 관리할 것인지 지역공동체가 함께 논의하고 모색하여 선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포항·경주·밀양 등에서 현재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다. 가능한 방법이 있다해도 기존 예산의 수십 배에 달하는 국비와 지방비 매년 쏟아부어야 할지도 모른다. 아울러 1개 국 이상의 전담 행정 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전 상황으로 돌릴 수 있을지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재의 지방 행정 현실에서 이런 예산 투자와 전담 인력 투입이 가능할 것인지 해당 시는 결정해야 한다.

 4-4 지속가능한 대비

소나무재선충병의 감염 확산은 우리가 처음 마주하는 현실이다. 민관이 협력하여 60년 이상 노력하여 국토녹화를 달성했다. 그러나 재선충병의 감염 확산은 새로운 시련이다. 전체 산림면적의 27%가량이 소나무속의 수종이다. 재선충병에 치명적인 소나무 곰솔 잣나무 등이 급격하게 사라질 수 있다.

감염 지대의 확산에 따른 고사목의 발생으로 인한 산림황폐화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 감염 지대의 소나무 고사목은 뿌리와 토양까지 심각한 변화를 줄 수 있다. 산불 피해 지역의 응급 대책과 다를 것이 없다.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지대 정밀 조사를 통해서 산사태를 비롯하여 발생할 수 있는 산림황폐화에 대비를 해야 한다.

감염 고사목을 단선적으로 벌목하는 것이 제2 제3의 산림훼손과 산지 재해를 유발할 수도 있다. 자연 치유 능력과 산림생태계 회복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고양 시킬 수 있는 방법을 바탕으로 감염 지대를 지속가능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감염으로 사라진 소나무를 대체할 수 있는 수종의 전환도 충분한 논의와 모색속에 사회적 생태적 합의를 도출하는 깊이 있는 모색이 필요하다.

1990년대까지 국토녹화는 수종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묘목만 구할 수 있으면 외래종도 가져다 심었다. 그러나 이제 소나무 이후의 한반도 산림을 모색해야 하는 숙제가 재선충병 감염 확산이라는 현실 속에 제기 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산림생태계의 회복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4-5 총력대응과 협력

소나무 재선충병 대응은 지역 공동체 모두의 총력 대응을 요구한다. 행정과 의회의 통합된 대응은 매우 중요하다. 민관의 공동 대응과 함께 정치와 행정의 유기적 협력과 대응이 관건이다. 소나무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에서 예산과 정책의 핵심인 국회와 정부가 한몸이 되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2024년 4월 4일 기준 11개 극심 지역의 여야 정치권은 재선충에 대해 무관심에 가깝다. 11개 지역 각 당 후보들의 공약집에 지역에 심각한 현안인 소나무 재선충 대책에 관한 언급이 없으며, 구체적인 기후생태 공약을 찾아보기 힘들다. 

극심 지역인 포항, 경주의 여야 후보자들은 천혜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통한 관광 산업 활성화를 앞다투어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포항, 경주의 아름다운 숲은 소나무 재선충병으로 황폐화 되고 있다. 고사목이 도로 인근과 주택가, 관광 시설을 덮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무관심하다. 11개 극심 지역에서 민의를 대변하겠다고 나선 분들 조차 재선충에 무지하고 둔감하다. 지금의 11개 극심 지역의 재선충병이 이렇게 심각한 상황으로 변한 것에는 해당지역 선출직 공직자의 이해 부족과 무지가 큰 원인 중 하나였다. 

11개 극심지역의 총선 후보들 중 선거 이후 당선자는 국회에 들어가서 소나무 재선충병 대응을 놓치지 않아야한다. 지역의 산림황폐화가 넓은 지역으로 확산되며, 이는 국민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 국정을 이끌어가는 민의의 대변자로서 기후변화와 병해충으로 황폐화되는 산림의 미래를 챙겨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속도의 확산세가 늦춰지지 않는다면 재선충병은 한반도 소나무숲 전체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기후변화 적응 차원에서 범정부적인 소나무 재선충병 대책이 필요하다. 병해충으로 변해가는 소나무숲의 생태계 변화 영향 연구, 재난 안전 대비책 준비, 또 다른 병해충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새롭게 구성될 22대 국회가 시급히 풀어야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