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겨울산의 백미, 상고대
(기고) 겨울산의 백미, 상고대
  • 편집국
  • 승인 201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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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Nnews/강원)


동해기상대장 전인철

불게 타오르던 단풍도 어느새 우리 곁을 바람처럼 떠나버리고 앙상한 가지만을 남긴 채 서 있는 모습을 보니 겨울이 찾아 온 것 같다. 마른가지를 스치는 찬바람소리는 옷깃을 더욱 깊게 만들고 다시는 새 잎이 돋지 못할 것처럼 매섭지만 이 찬 겨울에도 파란 잎보다 더욱 눈부신 순백의 잎이 가지가지에 피어나고 있으니 그 것이 바로 눈 덮인 겨울 산의 백미 상고대인 것이다.

짧아진 낮의 길이와 얼굴을 스치는 칼바람은 산행을 어렵게 만들지만 겨울 산에는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조형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먼저, 조용히 내린 흰 눈은 앙상한 가지마다 얌전히 쌓여 하얀 눈꽃을 피워 낸다. 이렇게 핀 눈꽃도 절경이지만 꼭 눈이 온 날이 아니어도 겨울이 만든 섬세하고 황홀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춥고 맑은 날 새벽인 산속은 하얗게 내려 핀 ‘상고대’가 장관을 이룬다. 상고대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승화하거나, 과냉각 상태로 존재하던 물방울이 나무와 같은 물체와 만나 순간적으로 생긴 백색의 얼음 결정이다. 마치 나뭇가지에 하얀 가시가 빼곡하게 돋아난 것처럼 보여 ‘나무서리’라고도 부르는데, 저수지나 강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간혹 눈도 아니고, 그렇다고 불투명한 상고대도 아닌 투명한 얼음이 나뭇가지를 감싸고 얼어붙어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입자가 큰 물방울들이 0도 부근이나 그보다 낮은 온도의 물체에 떨어져 얼어붙은 것으로 ‘우빙’이라고 부른다. 우빙은 투명하고 균질한 얼음으로 되어 있어 마치 일부러 나뭇가지를 꽂아 얼음을 얼린 뜻한 착각도 불러일으킨다.

한 폭의 수채화와 같은 이러한 겨울의 명작은 아무 때에나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온도가 영하권으로 떨어지고 구름이 없는 맑은 날이어야 하며, 하루 이틀 전 눈이 온 뒤라면 대기 중 많은 수증기를 머금고 있어 더 아름다운 눈꽃이 피어난다. 해가 뜬 이후에는 금방 녹아 사라지지 때문에, 아름다운 상고대와 우빙을 보기 위해서는 이른 아침 부지런히 채비를 마쳐야 한다.

녹음을 뽐내던 푸른 잎을 떨궈내고 이제는 하얗게 빛나는 얼음 꽃을 피워낸 겨울 산, 찬바람과 흰 눈이 발목을 잡아도 꼭 한 번 그 황홀한 광경을 만나고 싶다.

경인기자 gw@at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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