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시 연화산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태백시 연화산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 유아숲지도사 방애숙
  • 승인 2017-0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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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국유림관리소에 5년 전 숲해설 하겠다고  문을 두드렸는데 뜬금없이 연화산 유아숲체험원 운영하라한다. 당황스러웠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만 가지고 아무 준비 없이 아이들을 만났다.

흙이 더럽다고 숲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친구, 벌레만 보이면 발로 죽이는 친구, 엄마한테 가겠다고 우는 친구, ‘빨리 가 빨리 가’하며 친구를 재촉하고 미는 친구, 말이 늦어 옹알이 하는 친구, 틈만 나면 슬며시 내 손을 잡는 친구......

각양각색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이 길을 계속 가야할까?’ 수없이 고민하면서 시간은 훌쩍 흘렀다.

그런 반복된 고민 속에서 유아를 대하려면 먼저 유아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늦깎이 대학생이 되어 보육을 전공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내가 이상하게만 생각했던 친구들의 행동들이 그냥 정상적인 발달단계였고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함은 나의 무지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유아의 발달단계, 심리, 대처능력, 교사로서의 자질 등을 체계적으로 배우면서 무식해서 용감했던 나를 볼 수 있었다. 보육을 전공하면서 시간을 쪼개어 유아숲지도사 공부도 겸했는데 그곳에서도 유아의 이해와 교사의 자질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 후 아동심리도 공부하고, 미술치료사도 공부하면서 천천히 준비되어 가는 나를 볼 수 있었다. 공부를 하고 나니 친구들 하나하나의 성향을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친구들을 대하게 되었고 아이들과 숲에서 보내는 시간이 마냥 행복하고 아이들을 돌려보내는 시간은 그저 아쉽기만 했다.

작년에 강원랜드 ‘하늘숲길 걷기’행사에 지원을 가게 되었는데 그날따라 송충이형 애벌레가 많이 나왔다. 어른들이 발로 밟고 죽이는 가운데 한 아이가 낙엽에 올려 숲에 보내 주며 손을 흔드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 왔다. 1,000명이 넘는 아이들을 대하다 보니 아이들 하나하나 얼굴은 기억할 수 없었지만 그 아이의 행동에서 내 아이임을 느낄 수 있었다. 다가가서 날 아냐고 물었더니, 개미만한 목소리로 ‘옹달샘’요 한다. 순간 나는 그 친구를 와락 앉으며 내 볼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느꼈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이상한 눈으로 우릴 쳐다봤고 난 그 친구에게 지금의 상황을 이야기 하게 했다.

“이 애벌레는요 지금은 이렇게 무서워 보여도 예쁜 나비가 되어 날아갈 거예요. 그래서 죽이면 안돼요, 그리고 이 친구를 죽이면 나비엄마, 아빠가 슬퍼할 거예요”

더듬더듬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 말을 듣고 있던 사람들이 박수를 쳐 주었다. 그 순간 ‘교육의 효과는 이런 거구나!’ 싶은 게 알아주는 사람은 없어도, 스스로 뿌듯했다.

올해 3월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면서 만난 친구들은 처음 유아숲에 와서 만났던 친구들과 다름없이 흙은 더럽고 벌레는 죽이고 친구들과 어떻게 놀아야하는지 잘 모르지만 지금은 내가 친구들과 놀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편한 마음으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매일 매일 숲에서 친구들과 숲이 주는 여유로움과 신비로움 그리고 날마다 변화하는 숲을 들여다보면서 나무와 풀과 곤충과 흙과 바람이 들려주는 소리를 귀 기울이며 신나게 뛰어 놀다 보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불쑥 불쑥 자란 친구들이 내 옆에 있겠지?

그래서 나는 날마다 많은 친구들과 숲에서 행복하게 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