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칼럼) 입찰 비리와 공정 심사의 맥
(청렴칼럼) 입찰 비리와 공정 심사의 맥
  • 엔사이드편집국
  • 승인 20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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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청탁금지법 이야기
김덕만박사(정치학)/홍천출신,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한수원 감사자문위원
김덕만박사(정치학)/홍천출신,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한수원 감사자문위원

 

자천타천 청렴전도사 애칭이 붙은 필자는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공공분야 입찰절차에 참여하여 기술심사 평가를 자주 합니다. 

물론 객관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평가합니다. 

과거에는 기술평가시 지연·혈연·학연·직장연고(선배)로 얽혀 비리로 형사처벌받는 사례도 종종 있었지요. ‘짜고 치는 고스톱 평가’란 비난이 일며 후유증도 컸죠.요즘은 공개모집을 통해 심사 평가위원을 선발합니다. 

이 평가위원이 되려면 공개모집 절차에 따라 평가위원신청서와 보안각서 개인정보이용확인서 경력증빙 등을 제출하고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심사 평가료는 보통 30만원 내외고요. 교통비를 더해 주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죠?

이번 호에는 심사평가위원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해 한 지자체 사례를 들어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로 하겠습니다. 경남 통영시가 발주한 40억 원 규모 ‘스마트타운 챌린지’ 입찰을 놓고 비리 의혹에 휘말렸습니다. 

통영시가 특정 업체를 위해 평가위원을 임의 선발하고 점수를 몰아줬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매우 시끄럽습니다. 이에 대해 통영시는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며 맞서고 있습니다.각종 언론보도를 종합해 보면 통영시는 지난달 23일 ‘스마트타운 챌린지 조성사업’ 긴급입찰을 진행했습니다. 

입찰에는 컨소시엄 4곳이 참여했고요. 제안서를 토대로 한 정량평가(10점)와 가격평가(10점)에 외부 평가위원이 채점한 정성평가(80점) 결과를 합산한 결과, A사가 최고점(96.19점)을 얻어 용역을 수행하게 됐습니다. B사는 91.76점, C사 90.28점, D사 89.65점을 받았습니다.

이 같은 결과가 통보되자 탈락사들은 “이런 사업에선 보통 1점 내외로 순위가 갈린다. 이렇게 큰 점수 차가 날 수 없는 구조”라며 정성평가에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통상적으로 정성평가를 해보면 사업의 이해와 전략‧방법, 기술‧기능, 성능‧품질, 프로젝트 관리, 과업 외 추가 지원을 기준으로 하죠. 제안사별 10분-15분 프리젠테이션(PT)를 듣고 10분간의 질의응답을 거쳐 채점표를 작성합니다.경영상태, 수행실적, 사회적 책임을 계량화한 정량평가나, 예정가격(예가) 대비 입찰가를 따지는 가격평가는 업체 간 편차가 크지 않은 편입니다. 

배점도 낮아 정성평가에서 당락이 갈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때문에 공정성을 높이려고 평가위원을 공개모집하고 제안사명을 모르게 한 상태로 심사합니다.평가 후보자 마감 결과 154명이 응모했습니다. 통영시는 제안사 이해관계인 등 결격사유가 있는 지원자를 제외하고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30명을 후보군으로 압축했습니다. 이어 입찰 참가업체 4곳의 추첨으로 최종 10명을 위촉했습니다. IT분야 7명, 산업디자인 분야 3명으로 지역이나 직군, 연령대가 편중되지 않도록 기관당 1명, 다 추첨자 중 고령자 순으로 선발했다는 게 통영시의 설명입니다.탈락사들의 주장은 다릅니다. ‘고른 안배’라는 통영시의 설명과 달리 평가위원의 절반인 5명이 지자체 공무원이라는 겁니다. 

거제시, 사천시, 고성군, 남해군, 합천군 소속입니다. 인근 지자체 소속이라 심사 관련 직종 공무원끼리 서로 안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관련업계에서는 “공무원 배정 비율은 보통 1~2명, 많아야 2~3명 정도다. 10명 중 5명은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숫자”라고 주장합니다. 154명에서 30명을 추려내는 과정에 통영시가 부당하게 개입했을 가능성이 짙다는 겁니다.

게다가 나머지 5명 중 2명은 같은 대학 교수라는 시비가 있습니다. 

통상 기관당 평가위원을 1명으로 한정해 놓고 있죠. 또 프리젠테이션 당시 입찰 제안사 이름을 공개한 점도 의혹을 부치기고 있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이 대목에서 이하부정관 과전불납리(李下不整冠 瓜田不納履) 라는 격언이 떠오릅니다. 통영시는 한 점의 의혹도 없이 공개하고 만의 하나라도 잘못된 점이 있다면 절차에 따라 처벌받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