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칼럼) 업무추진비와 공직청렴
(청렴칼럼) 업무추진비와 공직청렴
  • 엔사이드편집국
  • 승인 202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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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만박사(정치학)/홍천출신,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국가철도공단 이사
   김덕만박사(정치학)/홍천출신,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국가철도공단 이사

 

주로 밥과 술을 먹는데 쓰는 업무추진비라는 게 있습니다. 

기관장이 기관을 운영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등 공무(公務)를 처리하는 데 사용하는 비용을 지칭하죠. 과거에는 판공비로 불리었는데 1993년 이후 업무추진비로 굳어졌습니다. 

지방행정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지침서에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추진비를 직책급ㆍ정원가산ㆍ기관운영ㆍ시책추진ㆍ부서운영ㆍ의정운영 등을 공통 업무추진비로 분류하고, 이에 맞춰 비용을 편성하고 집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말 많은 업무추진비이 업무추진비로 늘 골치를 앓고 있는 사람은 영수증 처리 회계담당입니다. 

업무추진비로 식대를 지불하고 받은 영수증이 사적사용 등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된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요즘 업무추진비의 사용기준이 모호하고 사후 정산방법이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되면서 업무추진비 과다집행 등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검색포털에서 검색해보니 거의 매일 업무추진비 사용 부적절에 대한 기사가 넘칩니다. 업무추진비는 신용카드로 쓰는 게 원칙이지만 불가피한 경우 현금지출도 가능하긴 합니다. 그래서 기관장의 비자금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업무추진비 공개와 관련해 지난 2003년 6월 국무총리실은 '행정정보공개 확대를 위한 국무총리 훈령(안)'을 공포하고 중앙부처 등 행정기관이 추진하는 주요 국책사업과 업무추진비 등에 대한 행정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도록 했습니다.그래서 각 공공기관마다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이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관들은 국책사업 등의 정보 공개시 이익단체의 저항, 민원인의 노골적인 접근 등을 이유로 세부공개를 기피하는 분위기입니다.

사적(私的)사용 엄벌최근 업무추진비 목적외 사용 논란 사례를 몇 개 짚어볼까요? 최근 마포구의회 의원이 지역유권자들과 식사를 한 후 업무추진비를 사용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공적인 업무에만 쓰라고 한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쓴 겁니다. 경기 구리시의회에 부패방지 교육을 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이곳 회계담당자가 저에게 문건을 하나 주면서 말하더군요. 의원들 대상 강의할 적에 업무추진비를 용도에 맞게 쓰도록 강조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직원이 준 문건에 보니 업무와 관련없는 휴일에 사용한다거나 연말에 셀프선물을 사기도 하는 그런저런 내용이었습니다. 공직자 집주변에서 상습적으로 사적으로 사용하고, 친인척 특정식당에서 단골로 사용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죠. 부패예방기구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조례 등을 마련해 공무에만 쓰도록 권고를 해도 잘 안되고 있습니다.

업무추진비 논란이 일어나지 않게 잘하는 기관도 있습니다. 부산의 기장군수는 아예 업무추진비 예산이 없습니다. 본인이 없애버렸다고 합니다.

5년째 군수 업무추진비를 편성하지 않고 있는 부산 기장군수는 최근 공직자 스스로 내년도 업무추진비를 대폭 삭감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세부지침 마련 시급지방의회의 경우 인천 부평구의회가 최근 발빠르게 ‘업무추진비 사용 및 공개 등에 관한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이 규칙을 보면 업무추진비 사용에 관한 집행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공개 방법과 정보공개 범위, 업무추진비 부당사용 방지를 위한 교육과 점검에 관한 사항, 부당사용자 제재조치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업무추진비 사용과 공개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여 예산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이렇게 한 두 곳씩 업무추진비 규정을 제정하다 보면 전국 지방의회로 확산되고 공기업 등으로도 번질 것입니다. 말썽 많은 업무추진비를 없애버리는 대신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공직자마다 일정액을 월급으로 주고 자율적으로 업무추진에 쓰도록 하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