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여 노인들의 머리에 허 씨의 손길
1천여 노인들의 머리에 허 씨의 손길
  • 김승회 기자
  • 승인 202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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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군청 생태산림과 녹지공원담당 허남원 씨





주말마다 양구와 서울 오가며 2012년 봄 이용사 자격증 획득

지난해 코로나19로 노인요양원 출입 막힐 때까지 1달 1~2번씩

8년 동안 노인요양원 이발 봉사활동 해온 공무원

 

양구군청 공무원이 남몰래 이발도구를 들고 노인요양원을 다니며 봉사활동을 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주인공은 양구군청 생태산림과 녹지공원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는 허남원(남, 56세) 씨.

기술을 배워 관련 자격증을 획득해야겠다고 생각한 허 씨는 이용사 자격증을 따기로 결심하고, 지난 2011년 가을 서울 영등포의 이·미용학원에 등록해 이용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주말마다 양구와 서울을 오가면서 열심히 노력한 끝에 허 씨는 이듬해인 2012년 봄 마침내 이용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자격증 획득 후 허 씨는 처음에는 다니던 학원 근처의 노인복지회관에서 이발 봉사를 하면서 실력을 쌓아갔다.

허 씨는 몇 달 후인 2012년 여름부터는 양구에서 한 달에 한두 번씩 성심요양원과 아름다운동행요양원 등 노인요양원(주로 아름다운동행요양원)을 다니며 노인들의 머리를 깎았다.

허 씨의 이 같은 선행은 지난해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유행하면서 노인요양원에 외부인의 출입이 막힐 때까지 8년 동안 계속됐다.

봉사활동 기간 동안 허 씨가 이발을 해준 노인은 1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머리를 깎을 때가 가장 어렵고 긴장된다는 허 씨는 “코로나19가 물러나면 다시 노인요양원을 찾아가 어르신들의 머리를 깎아드릴 것”이라며 “퇴직한 후에는 전국을 돌며 여행하면서 만나는 시골 어르신들의 머리도 깎아드리며 즐겁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