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어떻게 해서 쌀밥을 먹게 됐고, 김치에 붉은 고춧가루를 넣게 되었나
한국인이 어떻게 해서 쌀밥을 먹게 됐고, 김치에 붉은 고춧가루를 넣게 되었나
  • 국제전문기자CB(특별취재반) 김지성 기자
  • 승인 202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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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갑·박혜경, 『한국 문화의 발달 배경과 특징』, 어문학사, 2022.

누군가 쌀밥에 김치를 먹고 추석이나 설날 등의 명절을 쇤다면 아마도 그는 한국인이거나 한국 문화를 공유하는 한민족(韓民族)일 것이다.

 

이 책은 한국의 대표적인 몇몇 문화 현상들에 대해 답을 제시하기 위해 쓰였다. 예컨대, ‘왜 한국인들은 일상의 음식으로 빵이나 국수가 아닌 쌀밥을 먹게 됐는가?’, ‘김치에는 왜 색상도 붉고 그 맛도 매운 고추를 넣게 됐는가?’ 등과 같은 물음에 답을 하고 있다. 또한 추석의 송편과 동지의 팥죽 등과 같은 그 명절의 대표음식인 절식(節食)이 발달한 이유에 대해서도 답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한국의 문화를 계승하고 공유하는 남한과 북한의 국민은 물론, 해외의 동포들을 위한 자문화(自文化) 교양도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세계화와 다문화 시대를 맞아 한국에 대해 알고자 하는 세계인들에게는 한국 문화의 길라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 민족은 쌀밥과 김치를 발달시켰을까? 이 책은 그 이유 중의 하나로 신에게 바치는 귀한 멥쌀밥(메)을 일상의 음식으로 먹고자 했던 한국 민족의 바람과 이를 이루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보았다. 또한 4백여 년 전, 고추가 외래에서 전래됐을 무렵, 고추는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독성의 식물로 인식됐으나 한국 민족은 이미 맛과 색상 면에서 고추와 유사한 천초(川椒)를 식용하는 문화가 있었기에 이 고추의 김치 수용이 가능했음을 밝혔다. 이 책은 이처럼 한국 문화의 몇몇 궁금증에 대한 답을 한국의 여러 문화 현상과 사회·경제, 종교 등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찾는 것은 물론, 동아시아의 문화적 교류와 민족의 이주, 식물적 특성, 그리고 한반도의 기후 등과 같은 다양한 측면의 고찰을 통해 제시했다.

이 책을 통해 살필 수 있는 한국 문화에 대한 흥미로운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쌀은 한국 민족의 탄생과 한국 문화를 형성시킨 근간 중 하나다.

- 쌀밥과 한국 명절을 대표하는 일부 절식의 대중적인 식용 시기는 1970년대 이후다.

- 추석은 농사의 수고로움을 마친데 대한 감사이며, 송편은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다.

- 단오를 대표하는 절식은 쑥떡이며, 단오떡의 명칭은 와전에 의해서 수리취떡으로 불리게 됐다.

- 한국 명절(속절)의 전통적 기념 방식은 의례가 아닌 음식(절식) 위주다.

이들 내용 중 한민족의 고유한 명절 지내기 방식이 의례(차례) 중심이 아닌 간소한 음식 위주라는 것은 현재 음식과 함께 의례 중심으로 행해지는 명절과 제사를 지내는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적절한 방향성을 살피게 한다. 더 나아가 간단한 음식 위주의 명절 축하 방식은 명절의 가사노동을 줄일 수 있는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구성은 국내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 6편과 아직 발표되지 않은 논문 2편으로 이뤄졌다. 한국 문화에 대한 궁금증의 답을 해외 독자들에게도 알린다는 차원에서 미발표 논문 2편은 영어와 한국어로 각각 작성됐다.

풍속은 지역을 달리하면 같지 않고 (百里不同風, 大同小異), 의례의 방식과 예절은 집집마다 각자의 고유한 방식이 있는 것이기에 (家家禮), 한국 문화에 대한 궁금함의 답은 여러 개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한국 문화의 발달배경과 문화의 특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보다 설득력 있는 답을 찾아가는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