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월정사성보박물관 특별전 “강원지역의 불교회화”
2023년 월정사성보박물관 특별전 “강원지역의 불교회화”
  • 박종현 기자
  • 승인 2023-0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월 1일부터 2023년 12월 31일까지

월정사성보박물관(관장 해운)은 2023 강원특별자치도 박물관 운영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강원지역의 불교회화” 특별전을 2023년 9월 1일(금)부터 2023년 12월 31일(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오대산 월정사에서 소장하거나 관리 중인 불교회화 21점을 비롯해 복장유물, 불교조각 등 관련 유물을 소개했다. 오대산 상원사와 중대 불화, 삼척 신흥사 불화, 삼척 영은사, 원주 구룡사, 횡성 봉복사, 영월 보덕사의 불화를 이번 전시를 통해 살펴보실 수 있다.

강릉 백운사 소장 현왕도
강릉 백운사 소장 현왕도

전시구성은 조선후기 및 근대에 제작되었던 불화 중에서 보존처리를 완료한 불화 2점 <원주 구룡사 삼장보살도>(보물. 1727년), <삼척 영은사 석가여래회도>(강원특별자치도 유형문화재. 1811년)와 함께 <삼척 신흥사 신중도>(1875년)를 비롯하여 그동안의 전시에서 자주 공개되지 않았던 불교회화들을 작은 주제들로 나누어 전시된다. 부처나 보살의 설법 장면을 그린 불화, 부처의 말씀을 수호하는 신중도 외에도 다양한 유물이 출품된다.

원주 구룡사 삼장보살도 천장보살의 설법장면
원주 구룡사 삼장보살도 천장보살의 설법장면

삼장보살도는 천장·지상·명부 세계를 관장하는 세 보살, 즉 천장·지지·지장보살의 설법장면이 담겨있으며 바다와 육지의 고혼 천도를 위하여 행해진 수륙재 신앙에서 생겨난 불화이다. 보물인 <원주 구룡사 삼장보살도>(1727년)는 제작된지 30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곱고 선명한 빛깔을 유지하고 있으며 세 보살의 원만한 상호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화를 주는 것 같다.

<삼척 영은사 석가여래회도>(1811년)는 석가여래의 설법 장면이 그려진 대형 불화로 높이가 약 4m 가로길이는 약 3m에 이른다. 이렇게 큰 불화는 사찰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에서 외부에 걸리는데, 주로 석가탄신일, 영산재, 수륙재 등 큰 법회나 의식에서 사용됩니다. 자주 펼쳐볼 수 없는 대형 불화를 보실 수 있다.

<영월 보덕사 지장시왕도>(1786년)는 1990년 8월 도난되었다가 2017년 9월에 환수된 불화이다. 지옥의 중생을 구제하기로 서원한 지장보살과 사람이 죽어서 가는 10개의 지옥의 시왕을 비롯한 판관, 옥졸, 동자, 동녀가 그려졌다. 세부 형상의 표현이 눈이 세 개이거나, 말 머리를 한 옥졸 등의 존상이 재미있게 표현되었다.

영월 보덕사 지장시왕도
영월 보덕사 지장시왕도

한편 사람이 죽어서 가는 10개의 지옥 중에서 다섯 번째 지옥을 관장하는 염라대왕과 권속들을 독립적으로 그린 <강릉 백운사 소장 현왕도>(1879년)가 함께 전시된다. 염라대왕은 망자가 생전에 지은 죄업을 업경대에 비추어 보고 지옥으로 보낼지, 극락으로 보낼지 판결한다. <강릉 백운사 소장 현왕도>에는 염라대왕이 격노한 표정으로 판결을 내리고, 녹사는 판결을 받아 적는 모습이 보인다.

이밖에도 <영월 보덕사 칠성도>나 <상원사 영산전 나한도>도 전시된다. 칠성도는 재앙을 없애는 별, 북두칠성을 신격화하여 그린 불화로서 도교의 신이던 북두칠성을 불교에서 습합하여 문화적 포용성을 상징한다.

상원사 영산전 나한도2
상원사 영산전 나한도

한편, 나한도에는 신통력을 발휘하는 자유분방한 나한들의 모습이 표현되었다. 이처럼 다양한 주제로 그려진 불화를 한 자리에서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불화는 복장을 납입하고 증명하는 법식을 거쳐 예배 대상으로서 생명력을 갖추어 봉안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원주 구룡사 삼장보살도>, <영월 보덕사 사성전 후불탱화 및 복장유물>, <삼척 영은사 석가삼존도>의 복장유물도 함께 살펴보실 수 있다.

전시되는 불화들은 대부분 제작한 화승들이 누구인지 불화나 발원문에 기록으로 남아있어 가치가 높다. 불화를 여러 명이 그린 경우 책임자를 ‘수화승’이라고 하는데, 각 작품들의 대표적인 수화승은 혜산당 축연, 석옹당 철유, 경선당 응석, 보암당 긍법, 범화당 윤익, 동호당 진철 등이 있다. 이들은 다른 누군가가 수화승일 때 동참하여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

<오대산 중대 향각 신중도>(1894)에서는 긍법, 윤익의 협업을 보실 수 있다. <상원사 영산전 나한도>(1888)를 비롯한 불화와 불상에서는 축연이 수화승으로서 작업을 시작하던 시절의 솜씨를 살펴보실 수 있다. <삼척 신흥사 아미타후불도>(1875)는 근대 최고의 화승으로 이름을 떨친 축연, 철유가 보조화사로서 수화승 용하의 작업에 동참하였던 당시의 작품이다. 이들이 남긴 작품들은 현재 여러 지역에 전해져 오고 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한자리에서 화승들의 인연 속에 있던 강원지역의 불교회화를 만나보실 수 있다.

옛 승려들이 부처의 세계를 어떻게 표현하였고, 어떤 모습을 공유하였는지 살피는 것도 불교회화를 감상하는 한 방법일 것이다. 옛 화승들이 그려내신 부처와 보살, 부처의 제자, 신중들을 만나보시고 선선한 가을, 청량산 오대산에서 불‧보살의 미소를 마음에 담아 가시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