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할머니 저 왔어요!
(기고) 할머니 저 왔어요!
  • 엔사이드편집국
  • 승인 201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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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노인복지센터 사회복무요원 김문수

 

‘띵동’ ~~

“계세요! 도시락 가지고 왔어요!”~~~

매주 월, 수, 금요일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 가정에 도시락배달을 도와주고 있다. 처음엔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쑥스러운 일이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웃으면서 먼저 말을 건넨다는 것, 정말 어려운 일 같았다. 낯설어서 가기 싫고, 처음 보는 할머니들이 부담스러웠다.

복무를 시작한 지 어느새 1년이 지나갔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할머니들과의 만남도 익숙해졌으며, 인사도 무척 자연스러워졌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천천히 나올 수 있게 세 번 정도 노크를 한 뒤에 “도시락 배달 왔습니다!” 라고 큰소리로 말하면 어르신들이 반갑게 맞아주시곤 한다. 이젠 혹시라도 많이 아프신 날에는 ‘문을 열어 놓았다.’고 전화를 해주시거나 문 앞에 쪽지를 붙여놓으시기도 한다. 도시락 전달 후 집을 나오는 순간에 두 손을 꼭 잡아주시거나 손으로 큰 하트를 그려 보이며 ‘사랑해’ 라고 수줍게 말씀해주시는 분도 계셨다. 그런 모습을 보며 오늘도 나는 행복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매주 화요일,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시간으로 어르신들의 무료 목욕서비스가 있다. 이 날은 어르신들의 건강과 일상생활을 듣는 날이기도 하다. 1년이 되다보니 어르신들과 친해져서 간혹 나오셔야 할 분이 보이지 않을 때에는 전화를 드리기도 하는데, 병원을 가셔야해서 못 나오신다고 하시면 휠체어를 밀어드리며 병원 동행을 하기도 한다.

속초노인복지센터의 ‘건강케어 프로그램’에서 어르신들이 혼자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이나 운동법을 배우는 시간도 있다. 지역대학의 교수님께서 오셔서 건강관리나 신체운동증진법 등을 가르쳐 주시는데 프로그램을 보조하면서 나도 배우고 있다. 지금은 어르신들의 운동을 도와드리며 조금씩 배워둔 운동 및 치매예방법 등을 집에 계신 할머니와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께 해드리곤 한다. 우리 할머니와 아버지께서는 ‘아~ 시원하다’또는 ‘우리 문수! 복지관에서 잘 배웠네.’등 칭찬을 듬뿍 해주신다. 그럴 때마다 노인복지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의 업무를 충실히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처음 사회복무요원으로 첫 출근을 할 때. 앞으로의 생활이 두렵고 막막했다. 현역이 아닌 사회복무요원.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것 같았고, 복무는 힘들어 보이기만 하였다. 어르신이 무슨 말씀을 하셔도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고, 큰 소리로 얘기하시면 화를 내는 것 같아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같이 상담을 다니면서 본 어르신들의 모습은 그냥‘할머니’였다. 우리 할머니도 ‘할머니’였고, 어르신들도 ‘할머니’와 ‘할아버지’셨다.

생각해보면 간단하고도 어려운 마음가짐이었다. 그 분들도 누군가의 할머니였고, 할아버지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 편안해졌다. 그렇게 나는 속초노인복지센터 사회복무요원이 되었다.

인사도 더 활기차게 했으며, 진심을 다해 웃으며 어르신들을 대하다 보니 언제부턴가 어르신들의 손도 더 따뜻하게 느껴졌으며, 대화하는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오히려 더 이야기를 듣고 싶고, 내 이야기도 들려드리고 싶어졌다. 도시락 배달을 갈 때마다 도시락을 받아주시는 손이 정겹게 느껴졌다. 즐기면서 일을 하다 보니 오히려 시간이 남게 되었다. 자연스레 시간의 소중함도 알게 됐다.

요즘은 노인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주변에서도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듣는다. 이젠 우리 노인센터 어르신이 아닌 동네 어르신들께도 고개 숙여 인사를 드리고 친숙한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된 거 같다. 우리 할머니 집에 동네 할머니가 놀러 오셨을 때에도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할머니께서 말씀하신다. ‘우리 문수가 군대 가더니 싹싹해 졌구나 야~’

사회복지분야의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사회에서 벌어지는 많은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술이 잔뜩 취한 채 자신의 어머니에게 서비스를 해달라고 오는 아저씨, 무조건 전화로 서비스를 요청하는 아주머니. 막무가내로 떼를 쓰며 무언가를 요구하는 아저씨. 그런 여러 상황들을 보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어쩌면 육체적인 것보다 더 힘들지도 모르는 감정적인 일을 하면서 오히려 행복한 스마일을 배우게 된 것 같다. 많은 어르신들을 만남으로써 부모님을 더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부모님을 생각함으로써 어르신들께 더 따뜻하게, 환한 웃음으로 대해드릴 수 있던 것 같다.

주말을 보내고 새로이 시작되는 월요일, 오늘도 나는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한다.

“할머니, 저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