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09년 전의 3월8일과, 2017년의 3월8일
(기고) 109년 전의 3월8일과, 2017년의 3월8일
  • 엔사이드편집국
  • 승인 2017-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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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경찰서 천곡지구대 순경 정재하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지금으로부터 109년전, 1만 5천여 명의 미국 여성 섬유노동자들의 근로환경개선, 참정권 요구 운동을 기념해 제정된 날이다. 1908년 당시만 해도 미국 여성들은 참정권의 기본인 투표권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1920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여성 투표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공무원 시험 및 임용고시에서도 여성의 합격률이 남성을 앞지르고 있으며, 우리나라 총 인구 중 여성인구가 남성인구를 넘어서면서, 바야흐로 여초시대에 돌입한 2017년 3월8일, ‘세계여성의 날’ 은 109년전의 그 날과는 사뭇 다른 과제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여혐(여성혐오)’ 라는 말이 편향적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공공연히 나돌고, 이러한 ‘여혐정서’ 에 편승해 2016년 5월 강남역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충격적인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데이트 폭력도 급증하는 추세다. 2014년 6675건, 2015년 7692건, 2016년 9364건으로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09년전의 3월8일이 참정권과 근로권을 획득하기 위한 운동이었고, 그 결과 점진적으로 여성들이 참정권 획득 및 적극적인 사회진출이라는 외형적인 권익을 신장해 왔다면, 2017년 3월 8일은 오랜 시간동안 어렵게 쌓아온 권익 신장이 무색할 만큼 ‘생존권’ 과 ‘편안할 권리’ 라는 지극히 기본적인 권리마저도 몹시 위태로운 상황이다.

경찰에서는 데이트폭력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함으로서 여성들의 ‘생존권’ 과 ‘편안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데이트폭력 신고 등과 관련하여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피해자 · 신고자 및 그 친족, 반복적으로 생명 · 신체에 대한 위해를 입었거나 입을 구체적인 우려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피해자의 위험성 및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신변보호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보호시설 연계 및 임시숙소 제공 ▲근접, 밀착 신변경호 ▲주거지 순찰 강화 ▲112 신고통합시스템에 데이트폭력 피해자 및 피해우려자 의 연락처(가족 포함 최대3개) 등록, 긴급신고체계 구축 및 신속 출동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대여하여 긴급버튼을 누르면 112 신고 연결 ▲CCTV설치 ▲피해자 신원정보 변경 지원 ▲사후 모니터링 등을 마련했다.

109번째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하며, 오늘날 여성들에게 109년 전과 다른 양상의 ‘중대한 과제’ 가 있음을 인식하고, 여성의 외형적인 권익 신장에 걸맞지 않게 심각한 침해를 받고 있는 ‘생존권’ 과 ‘편안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책무가 우리 경찰의 양 어깨 위에 있음을 깊이 자각하며, 우리 지역경찰이 처리하는 사건 하나 하나가 여성의 인권을 신장시키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