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참여 민·관·군 합동 인명구조훈련을 참관하며
(기고)참여 민·관·군 합동 인명구조훈련을 참관하며
  • 편집국
  • 승인 2015-0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속초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백수미

2015년 5월 22일 오후 1시,러시아, 필리핀,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중국의 다문화가정 여성 14명과 속초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센터장님, 팀장님, 그리고 팀원인 나까지, 총 17명은 ‘국민참여 민관군 합동 인명구조훈련’의 참관인으로 해경의 1500톤 급 경비함에 올랐다.

훈련을 함께하게 된 속초 대한적십자사, 시청 관계자 분들과 구명조끼를 나눠입고 안내에 따라 큰 함정의 갑판에 올라 준비된 좌석에 착석하기까지, 우리는 설레는 맘을 감출 수 없었다.

1시 30분, ‘대국민 참여형 교육 훈련을 통한 안전의식 고취와, 민관군 협업 강화를 통한 대규모 해양사고 대처능력 향상’이라는 훈련목적을 알려주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를 태운 함정이 서서히 속초항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함정 뒤로 희뿌연 물거품이 따르고, 설악산을 품은 태백산맥이 속초시를 병풍처럼 감싸안은 장관이 모습을 드러내자 우리는 모두 넋을 빼앗겼다. 모두들 정신없이 핸드폰을 꺼내들어 사진을 찍는 것도 잠시, 훈련의 주인공이 될 유람선 한 척이 천천히 우리를 향해 다가오자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집중됐다.

곧이어 훈련이 시작되었다.

유람선에서 주황색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가 싶더니 하늘로 신호탄이 발사되었다.구조 신호와 조난 신고에 이어 유람선에서 몇몇 승객들이 바다로 뛰어드는 모습이 보였다. 훈련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지난해 세월호사건의 기억이 떠올라서인지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한 나의 기분을 이해하기라도 한 듯 아주 빠른 속도로 해경의 고속정들이 유람선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해경은 숙련된 동작으로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조하는 동시에 지원세력을 요청했고, 두 척의 경비정과 헬기가 즉각 대응에 들어가 승객들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민간 어선도 합세해 인명구조를 실시했다. 생업을 뒤로한 채 해양사고현장에 지체없이 달려와 생명을 구하는 어민들과, 이들의 지원을 적극 활용하여 효율적인 구조작업을 펼치는 해경의 모습에 국민참여 훈련의 진정한 목적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사고 유람선으로 다가가는 경비정의 모습과 갑판에 서서 승객들을 구조할 만반의 준비를 갖춘 해경 직원분들의 숙련된 움직임이 영화처럼 이어졌다. 하이라이트는 헬기를 통한 구조현장이었는데, 바닷속에 빠졌던 사람을 헬기에서 하강한 구조대원이 건져 올리는 모습에 감동한 사람들은 모두 박수를 치고, 구조대원을 향해 손을 흔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해경 경비정과 고속정에서 소화작업을 위한 물줄기가 이어지고, 여객선에서 뿜어내던 주황색 연기가 잦아질 즈음, 바다에 빠졌던 사람들 대부분을 구할 수 있었다. 이어서 해경 경비정 2척이 여객선을 향해 바짝 다가가기 시작했다. 해군 함정의 경계를 받으며 해경은 사고 유람선에 남아있던 승객들을 안전히 퇴선시키고, 마지막으로 선장과 선원까지 퇴선하면서 모든 훈련이 종료되었다.

인명구조훈련이 끝나고, 우리가 탄 경비함 주위로, 훈련에 참가했던 해경 경비정들과 해군 함정들이 차례로 스쳐지나갔다. 우리는 그들을 향해 존경과 감사를 담아 함께 경례하고, 박수를 치며 답했다. 속초로 돌아오는 길엔 참관인 모두가 모여 경비함의 회의실에서 소통의 시간을 가지며 훈련에 대한 추가 설명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문득 아쉬움이 들었다. 이번 훈련을 지켜보면서 지난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들이 조금 더 빨리 배 밖으로 나오기만 했어도 더 많은 생명이 구조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해상사고가 발생하면 민관군이 한마음으로 사고에 대처해 구조작업을 수행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한편으로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다문화가족 여성들은 한국의 문화, 언어에 익숙치 않기에 이러한 상황이 자신과 가족에게 실제로 닥친다면 얼마나 당황하게 될 지는 불 보듯 뻔한 사실이다. 이번 훈련의 참관이 한국이라는 이국에서 터전을 잡고 생활하는 그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경험이 되어, 혹여나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조금이나마 실질적인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민간인들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인명구조훈련 참관을 통해 동해를 지키고 바다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해양경비안전본부와 속초해양경비안전서의 강한 의지를 느끼고 돌아온 하루였다.

참관과 훈련을 위해 애쓰신 모든 대원분들께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훈련 탓에 정신없는 와중에도 구조훈련 진행상황과 참가함정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신 담당자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다음에도 기회가 따라준다면 더 많은 다문화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할 수 있게 되길 소망해 보며..

엔사이드/강원편집국

<저작권자ⓝ '엔사이드ATN뉴스'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